BMW·까르띠에도 반한 칠기…60년 장인의 세월 담았다

강혜란 2024. 10. 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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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칠(乾漆)이란 목재 골격 없이 모시나 삼베를 여러 겹 바르고 옻칠을 거듭해 조형을 만드는 기법이다. 서울시 무형유산 칠장 손대현(75)씨는 오랫동안 실용적으로만 여겨진 칠기를 순수 현대미술의 오브제로 끌어올렸다. 각각 5~6개월씩 공들여 탄생시킨 그의 작품 120여점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모인다.

오는 11~18일 열리는 전시 ‘손끝에 세월을 담다’는 열다섯 살에 나전칠기에 매료돼 수곡 민종태(1915~1998) 장인 밑에서 칠기를 시작한 그의 60년 세월을 집약한다. 이번 전시에선 나전(조개껍데기) 외에도 달걀껍질을 마감재로 사용해 마치 현대조각 같은 질감을 드러내는 달항아리(사진)도 선보인다. 또 하나 공을 들인 건 건칠불상. 먼저 흙으로 소조상을 빚고 그 위에 천을 여러 겹 바르고 옻칠한 다음 소조상을 제거한 불상으로 인고의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유행했던 건칠 불상의 명맥을 이으면서 제작과정을 볼 수 있게 미완성 작품을 포함해 완성본까지 총 5점이 나란히 선보인다. 이 밖에도 그가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대표작인 경함, 염주합, 모자합을 재현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스승 민종태가 제작한 사군자도 합, 향합, 십장생도 구절함, 십이지도 일주반도 한자리에 전시된다.

1991년 대한민국 1호 나전칠기 명장, 1999년 서울시 무형유산(무형문화재) 1호 칠장이 된 손씨 작품은 202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됐고 2008년 남북정상회담 때 정상 간 선물로 북측에 건네졌다. 까르띠에와는 시계 보관용 나전칠기함을 제작했고, BMW 7시리즈에선 실내에 나전 옻칠로 고급화를 시도했다. 손씨는 “나전은 고려 시대부터 전 세계적인 명품으로 통했던 것”이라고 했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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