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공짜’ 자율주행 택시, 직접 타보니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김범준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andreaskim97jun@gmail.com) 2024. 10.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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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제일’ 인상적…아직은 초보 운전자

최근 심야 시간 서울 강남 도심 일대를 누비고 있는 특별한 택시가 있다. 이용 요금 0원. 심야에 붙는 할증 요금까지 고려하면 누구나 타고 싶을 것 같은 이 택시는 게다가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 택시’다. 서울시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9월 26일부터 평일 밤 11시에서 다음 날 5시 사이 ‘강남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시범 운행 지역은 역삼동·대치동 등 강남구 일부와 서초구 서초동 일대. 과연 이 택시는 얼마나 ‘스마트’하게 손님을 실어 나를까. 10월 1일 새벽, 자율주행 택시를 타고 강남역에서 학여울역까지 이동해봤다.

서울시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9월 26일부터 평일 밤 11시에서 다음 날 5시 사이 ‘강남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윤관식 기자)
‘카카오T’로 호출 가능

어린이 보호구역은 ‘수동’

자율주행 택시는 택시 호출 앱인 ‘카카오T’를 통해 부를 수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시범운행지구 내로 설정하면 호출 가능한 자율주행 택시가 뜬다. 하지만 이날 처음 호출을 시도했을 때 자율주행 택시는 카카오T 화면에 뜨지 않았다. 서울시와 협업해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하는 자율주행 기술 기업 SWM의 송기택 차장은 “현재 시범 운행 중이다 보니 호출 서버가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호출에 문제가 있을 경우 카카오T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0분쯤 지나자 호출 서버가 정상화됐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서초초에서 3호선 학여울역 인근의 한 아파트로 5㎞를 갈 택시를 찾으니 화면에 ‘서울 자율차’ ‘예상 금액 0원’이라는 표시가 뜬다. 심야 시간이라 편도 기준 택시 요금 1만원이 넘게 나오는 거리다. 이내 KG모빌리티의 전기차 SUV인 흰색 코란도 e모션 차량이 달려왔다. 외관은 기존 SUV 택시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30여개의 크고 작은 센서가 차량 외관에 덕지덕지 부착돼 있었다.

차량에 탑승하니 차량 내부에 설치된 태블릿 화면이 눈길을 끈다. 이날 함께 탄 시범 운전자 김규빈 SWM 연구원에 따르면, 이 화면에는 자율주행 택시가 센서로 인식한 자동차·신호등·사람 등 도로 위 객체는 물론 페달, 운전대의 조작 정보가 수치로 표시된다. 센서 반경은 150m. 이 범위에서 각각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도로 위 객체는 대부분 ‘흑백’으로 표시되는데 ‘언제라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 객체는 빨간색으로 색깔이 변한다. 신호등의 경우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가 인식한 색깔 정보와 차량이 신호등 서버와 직접 통신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판단에 활용된다.

탑승 전원 안전띠를 매고, 운전석에 앉은 시험 운전자가 화면을 누르자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라는 기계 안내 음성과 함께 자율주행이 시작됐다. 시범 운전자의 운전대·페달 조작 없이도 핸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꿔 좌회전해 달려갔다. 하지만 이내 운전자의 손은 운전대에 올라갔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진입했습니다. 수동주행하세요’라는 안내가 나왔기 때문. 현행 교통 법규상 어

린이 보호구역 내 자율주행은 금지돼 있다. 이 밖에 도로 폭이 상대적으로 좁고 돌발 변수가 많은 골목길·공사 현장 등에서도 안전을 위한 수동주행이 이뤄졌다. 김규빈 연구원은 “장기간 진행되는 공사 현장의 경우 이미 입력된 공사 정보로 수동주행을 안내하지만 단발성 공사는 자율주행차가 주행 중 알아서 인식해 안내해준다”고 들려줬다.

‘안전제일’ 모범 운전자 면모 톡톡

단, 초보 운전자 모습 엿보이기도

이날 자율주행 택시로 이동한 구간은 10㎞ 남짓. 자율주행 택시는 노선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이용객 요청에 맞춰 출발지와 목적지에 따라 실시간 최단 경로를 찾아 운행한다. 강남역 인근에서 출발한 이 택시는 학여울역을 찍고 40분이 지난 즈음 다시 처음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다. 카카오T에는 13분가량 소요된다고 안내했으니, 왕복임을 고려했을 때 14분은 더 걸린 셈이다. 물론 새벽 시간임에도 일부 지역에서 약간의 교통 혼잡이 있었다. 그러나 황색 점멸등이 켜지면 일단 멈추고, 빠른 속도로 무리하게 주행하지 않다 보니 일반적인 이동 시간보다는 더 길어진 듯했다.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주행했고, 멀리 정차된 차량을 인식해 천천히 차로를 변경했다. 갑자기 끼어들기 등 잘못된 운전 습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초보 운전자’의 모습도 엿보였다. 한 교차로에서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뀐 후 수 초 동안 자율주행 택시는 정차해 있었다. ‘차로 변경’을 못해서다. 좌회전을 위해 차로를 변경하려던 자율주행 택시 계획이 옆 차로의 계속된 차량 통행으로 가로막히자 차량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 것. 비슷한 순간은 짧은 우회전 차로에서도 나타났다. 자율주행 택시가 우회전을 위해 차로 변경을 시도한 순간 한 차량이 그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이미 우회전 코너 코앞에 도달한 자율주행 차량은 다시 ‘전전긍긍’을 택했다.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는 이 같은 순간에는 숙련 운전자인 사람이 나선다. 김규빈 연구원은 “사람으로 따지면 아직 초보 운전자 수준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향후 교통 정보가 더 축적되고 기술이 고도화되면 운전 실력도 능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운행 구간이 협소하다는 점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황종현 씨(28세)는 서비스 이용 가능 구역과 관련해 “자율주행 택시를 타보고 싶기는 하지만 심야에 강남구 안에서만 이동할 일은 없어 못 탈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총평. 승차감과 안정성에서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어 시민들의 귀갓길을 책임질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이라고 보기에는 주행 범위와 노련함이 부족해 개선돼야 할 기술적 문제도 분명히 있다.

자율주행 택시 차량 내부에 설치된 태블릿 화면에는 자율주행 택시가 센서로 인식한 지동차·신호등·사람 등 도로 위 객체는 물론 페달, 운전대의 조작 정보가 수치로 표시된다. (윤관식 기자)
자율주행 택시 사업 전망은?

비용 절감·연구개발은 ‘숙제’

향후 자율주행 택시 사업은 확대될까. 현재 운행 가능한 자율주행 택시는 ‘코란도 e모션’ 3대로, 서울시는 고장에 대비해 예비 차량 2대를 마련한 상태다. 시는 자율주행 택시 대수를 수요와 택시업계 의견, 자동차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해 늘려나갈 계획이다. 운행 구간 역시 넓힌다. 2025년 상반기까지 운행 구간을 논현·신사·압구정·대치동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무료인 이용 요금은 2025년 내로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자율주행차 일반 승객 탑승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지정받은 시범운행지구 내에서만 가능하다”면서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수준, 운행 안전성, 승객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율주행 택시 운행 확대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차량 개조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숙제다. SWM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자율주행 택시에 들어가는 비용은 차량가 포함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수준이다. 향후 꾸준한 성능 강화와 경량화를 통해 현재 대비 30% 이상의 단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완전한 자율주행’에 이르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SWM 관계자는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3.5단계로 볼 수 있다”며 “무인 자율주행·돌발 상황 발생 시 차량 스스로 대응하는 단계인 레벨 4단계로 가기 위해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들려줬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김범준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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