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겨울? Say, No
SK하이닉스 달리고…삼전은 절치부심
“모건스탠리만 추웠나.”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 겨울론을 주창했던 모건스탠리가 머쓱해졌다. 국내 반도체 업종 전망을 혹평하며 주가를 대폭 하향한 지 열흘 만에 반도체 투자 심리가 돌아왔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까지 54%나 끌어내렸지만, 반짝 하락하던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풍향계’로 여겨지는 마이크론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의 12단 제품을 양산하면서다. AI 거품론과 함께 찬바람에 휩싸였던 반도체 업계에도 다시 활기가 돈다.
보수적인 이미지의 모건스탠리는 ‘반도체’에 관해서만큼은 냉정한 보고서를 내왔다. 모건스탠리 아·태지부는 지난 9월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를 깎아내렸다. 메모리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공급 과잉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54% 낮췄다. 국내 증권사는 물론 주요 글로벌 투자사 리서치가 내놓은 보고서와는 달랐다. 보고서 발간 이후 주가는 고꾸라졌고 반도체 비관론이 또다시 업계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보고서를 낸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반도체 훈풍을 예상케 하는 지표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메모리 3사 중 한 곳인 미국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 실적을 냈다. ‘실적 풍향계’로 통하는 마이크론 호실적으로 강력한 인공지능(AI) 수요가 재확인된 것이다. D램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강세로 낸드 매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HBM은 공급을 앞지른 수요에 힘입어 가격을 인상하고 장기 계약을 확보했다. 올해와 내년 생산 예정 제품은 이미 ‘솔드아웃(매진)’됐다.
韓 반도체 9월 수출 역대 최대
하이닉스 12단 HBM으로 질주
국내 메모리사 성장세도 뚜렷하다. 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 9월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9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36억달러로 반도체 수출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월간 수출입 통계를 발표한다. 첨단 제조 산업의 무역 동향을 가늠할 선행 지표인 한국의 수출입 통계에서도 메모리 중심의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확인되며 ‘반도체 겨울론’ 우려가 잦아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26일 세계 최초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의 12단 제품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기술 진보를 거듭하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 간 HBM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SK하이닉스가 선두 자리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HBM 시장을 양분한 2위 삼성전자의 추격과 최근 HBM3E 12단 제품 개발을 깜짝 발표한 마이크론까지 가세하면서 AI 반도체발 메모리 업계 판도가 급변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신제품의 연내 엔비디아 공급을 공식화했다. 올해 3월 HBM3E 8단 제품을 가장 먼저 엔비디아에 납품했던 SK하이닉스가 6개월 만에 다시 엔비디아의 HBM3E 12단 제품 최초 공급사가 됐다.
SK하이닉스가 초반 HBM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게 중론이지만 HBM 개발에 사활을 건 삼성전자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4분기에 HBM3 8단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 4세대 제품인 HBM3의 엔비디아 납품도 지난 8월부터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하고 올해 4·4분기 해당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밝혀 후발 주자로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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