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주춤한데 청약은 활활…정부, '줍줍' 청약 손 볼듯

백민정 2024. 10. 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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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을 찾은 고객들이 주택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아파트 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약시장은 30평대가 22억원대에 나와도 1만명이 몰리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특별공급 35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1만6604개가 접수돼 단순 평균 경쟁률이 474대 1에 달했다. 생애최초 유형에 가장 많은 7706명이 몰렸고, 신혼부부(5104명), 다자녀(3490명) 등의 순이었다. 강남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평)당 분양가가 6530만원으로, 전용 59㎡(25평)가 16억원대, 84㎡(34평)는 22억원대에 분양됐다. 인근 ‘대치 르엘’ 84㎡가 지난 4월 27억5000만원에 거래돼 최소 5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기대됐다.


'국평' 22억원 분양에도 1만 명 몰려


지난 7일 접수를 마감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 ‘프레스티어 자이’는 주변 시세대로 분양가격이 책정돼 시세 차익 기대가 없었는데도 역시 1만 명 넘게 몰렸다. 과천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비규제 지역으로 이 단지는 3.3㎡(평)당 분양가가 6275만원이 책정돼 역대 과천 분양단지 중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84㎡가 강남 수준인 20억~24억원대로, 분양이 흥행할지 물음표가 나왔지만 1순위 172가구 모집에 1만93명이 접수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중산층이 그나마 매수할만하다고 보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도 30평대가 20억원 안팎으로 비싸고 대출 여력까지 줄어 매수가 쉽지 않다”며 “청약은 신혼부부나 신생아를 출산한 20~30대의 경우 특별공급 기회가 많고, 중도금 집단 대출도 가능해 내 집 마련에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서두르고 있지만 당장 내년, 내후년까지는 수도권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청약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른바 ‘로또 청약’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대해선 일부 제도를 손질할 방침을 밝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무런 자격 조건이 없는 무순위 청약이 청약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주택을 소유했는지, 어디에 사는지, 청약이 과열된 지역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해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주택자나 해당 지역 거주자가 아니면 무순위 청약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주원 기자


'줍줍' 무순위 청약에 무주택·거주지 요건 부활하나


무순위 청약은 부적격·계약 포기·미분양으로 발생한 잔여 물량을 모집 당시 분양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인데, 거주지나 주택 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하도록 바뀌면서 과열됐다. 당초 2021년엔 무순위 청약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한정됐지만 2022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급증하자 정부가 거주지, 무주택 요건을 폐지했다.

일단 넣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줍줍’ 열풍이 불며 지난 7월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1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무려 294만4780명의 신청자가 몰려 청약홈이 마비됐다. 이에 무순위 청약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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