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 개인 용도 코로나 장비 보내”…대선 직전 또 확인된 ‘브로맨스’
해리스 “트럼프, 독재자에게 개인 장비 보내”
트럼프와 푸틴 과거부터 미묘한 ‘브로맨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개인 용도의 코로나 진단 장비를 몰래 보냈다는 폭로가 나왔다. 당시 미국이 코로나 진단 장비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었는데도, 권위주의 국가의 최고 권력자 개인을 위한 장비를 비밀리에 보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8일(현지시간) 자사 소속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전쟁(War)’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 애벗사의 진단 장비를 보냈다.
책에 따르면 푸틴은 트럼프에게 코로나 진단 장비를 모스크바로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푸틴은 트럼프에게 “사람들이 내가 아니라 당신에게 화를 낼 것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푸틴은 코로나19 확산세로 엄청난 불안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2020년 5월 미국은 러시아에 진단 장비와 인공호흡기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당시엔 트럼프와 푸틴의 대화 내용, 푸틴 개인을 위한 지원이라는 내용 등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퇴임 후에도 푸틴과 사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가 2021년 백악관을 떠난 뒤 트럼프와 푸틴 간 여러 통화가 있었고 어쩌면 7번이나 통화했을 수 있다”고 썼다. 트럼프는 올해 초에도 플로리다의 저택 마러라고의 사무실에서 보좌진에게 푸틴과 사적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우라고 지시했다. 특히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막으라고 공화당에 압박을 가하는 시점에서도 푸틴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드워드는 트럼프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마러라고에 가는 것은 북한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트럼프가 입장할 때마다 모두가 일어서서 박수를 친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또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와의 통화를 제안하자 빈 살만이 ‘트럼프 45’라는 라벨이 붙은 대포폰을 꺼내 통화한 일화도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빈 살만의 보좌관이 가져온 가방에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의 이름을 붙인 대포폰도 있었다고 전했다.
우드워드는 저서에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무모하고 충동적인 대통령이었으며 2024년 대선 후보로서도 같은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폭로로 트럼프의 백악관 재탈환 여부를 결정할 대선을 불과 몇 주 앞두고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는 즉각 반박했다. 스티븐 청 대변인은 “밥 우드워드가 지어낸 이야기는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며 “할인 서점의 소설 구석에 속하거나 화장지로 쓰이는 책”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사실이 아니다. 선거 전 정치 캠페인의 맥락에서 나온 전형적인 가짜 이야기”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와 푸틴의 친밀한 관계를 부각하며 공세에 나섰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모두가 코로나 진단 장비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때, 미국 대통령이었던 이 사람은 러시아의 살인적인 독재자의 개인 용도를 위해 장비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미묘한 ‘브로맨스(남자들간의 우정)’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푸틴은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붙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지원하라고 러시아 정보기관에 지시했고, 이런 사실은 2021년 러시아의 기밀문서로 확인됐다. 대선 당시 트럼프 측 인사들이 러시아와 접촉한 사실은 미국 특검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트럼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해리스 부통령도 여러 차례 언급한다. 그는 해리스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영리하고 충성스러운 2인자로 묘사하면서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우드워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는 “꾸준하고 목적이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책에는 바이든의 국정 운영과 대선 후보 사퇴에 얽힌 비화도 나온다. 바이든의 최측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TV토론에서 참패한 이후 면담에서 “모든 대통령의 유산은 한 문장으로 압축되며, 선거 운동을 계속해 트럼프에게 패배할 경우 그것이 당신의 유산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조언했다. 바이든은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을 확대하자 사석에서 “네타냐후는 나쁜 놈”이라며 욕설을 섞어 비난했다.
바이든은 또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지명한 특별검사가 아들 헌터 바이든을 불법 총기 소지 혐의 등으로 기소하자 측근들에게 “갈런드를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고 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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