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친위대, 혹시 ‘군중 계엄령’ 꿈꾸나?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집권플랜본부 헌상은 절묘한 아부
‘계엄령 준비설’로 정부 족쇄 채우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다급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는 정치의 변방에서 사또 노릇을 했다. 그러다 광화문 촛불집회 때 사이다 발언인가 하는 것으로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률상 권한은 행사하고 있지만 이미 대통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국민으로부터 해고당한 박근혜가 청와대 농성을 하고 있다.” 이런 따위의 말도 했다.
“우리 국민과 함께 민주당이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내몰고 그 자리에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들을 앉게 만들겠다.”
선동술 덕에 일약 중앙무대로 진입
그의 선동은 성공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독한 언사로 박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자고 외쳤으니 그가 특별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남시장’이라는 직책이 이름을 알리는데 크게 한몫했다. 말재간도 뛰어나 한차례 연설로 ‘사이다발언’ 스타가 됐다. 그 덕에 그는 중앙정치무대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고 지금은 입법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다(정치 언어, 특히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구사하는 언어와 언사가 갈수록 모질어지는 게 ‘이재명 효과’일지도 모르겠다. 험한 말로 크게 재미를 봤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이 대표 자신의 처지가 절박하고 다급하게 됐다. 다음달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다. 그 열흘 후에는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 결과가 선고된다. 수사에 태클 걸기, 재판 지연시키기에 발군의 재주를 뽐냈지만 판결을 아주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설령 1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을 선고받더라도 2심 3심이 있으니까 아직은 숨고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신속 재판’ 권고문을 일선판사들에게 보낸 점을 감안하면 느긋할 수만은 없다. 그 때문인지 아예 대놓고 ‘대통령 끌어내리기’ 선동을 시작했다.
“일을 제대로 못 하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고 대의정치이다”(10. 5.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 유세).
민주대의정치는 선거로 뽑힌 공직자를 임기 도중에 끌어내릴 수 있는 것을 본질로 하는 게 아니다. 임기를 보장하는 게 우선이다. 법률가라면서 법과 제도를 자기 입맛에 맞게 재가공하는 재주만 키운 모양이다. 임기를 1년도 채 안 남긴 박 전 대통령을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으로 밀어낸 것은 정치적으로 옳지 못한 결정이었다. 그 정의롭지 못했던 선택을 이 대표가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7일 때 아닌 ‘계엄령 준비설’로 대중을 꾀던 김민석 최고위원을 본부장으로 하는 ‘집권플랜본부’를 발족시켰다. 김 의원은 이날 “이재명 대표의 시대를 진지하게 준비하겠다”며 이 기구의 가동을 발표했다. 이 대표와 동갑인데다 정치적으로는 선배다. 그런데도 이 대표를 주군으로 모시고 가신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하는 그 충성심이 놀랍다.
집권플랜본부 헌상은 절묘한 아부
김 의원은 이미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이 조직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당이 집권을 준비하는 것이야 당연하다.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서 선거에 내보내는 것은 정당의 중요한 책무 가운데 일부다. 그렇더라도 당이 이 대표를 차기 대선 주자로 지금 결정하고 그에게 봉사하는 당내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인식과 태도는 이 대표가 역설한 ‘민주주의‧대의정치’에 ‘역행’ 정도가 아니라 ‘정면으로 반(反)하는’ 것이다.
선거 때가 되면 당원 누구나 경선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민주정당이다. 대선을 2년 4개월도 더 남긴 시점에 후보를 결정하고 그의 집권을 위해 당력을 쏟아 붓겠다는데 이게 어떻게 민주정당일 수 있는가.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 아무리 이 대표의 신세를 졌다고 해도 이런 꾀를 내어 헌상할 일은 아니다. 지나친 아부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신도 해치는 독이 된다.
김 의원의 ‘계엄령 준비설’도 이 대표를 위한 충성의 선물로 마련됐을 것이다. 미리 정지작업을 하자는 뜻 아닌가. 문재인 정권 들어서기 무섭게 ‘적폐청산’ 작업이 서슬 퍼렇게 시작됐었다. 그 중엔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준비’라는 것도 있었다. 문 정권은 이를 ‘친위쿠데타 음모’라며 말 그대로 ‘탈탈’ 털었다. 이 와중에 기무사령부는 해체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격하 재편됐다(현 정부 들어 국군방첩사령부로 지위 및 역할 복원). 재판에 회부된 관련자 모두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군 방첩활동의 중심이던 기무사는 불명예 해체를 당한 것이다.
김 의원이 착안한 것은 ‘친위 쿠데타’였을 법하다. 앞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의 권력투쟁에는 예의나 자제력이 배제될 것이다. 무한투쟁은 전투적으로 전개될 것이고, 정권 측 인내의 한계를 예사로 넘어설 게 명약관화하다. 그럴 때 대통령이 물리적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게 미리 채워두는 족쇄로서 ‘친위 쿠데타론’만한 게 있을까? 박 전 대통령처럼 윤석열 대통령도 좌파 정치세력과 좌파 대중들의 퇴진 압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것을 꿈꾸면서?
이들에게 당장 급한 것은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에서 구해내는 일이다. 이제는 검찰에 대한 공격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모든 혐의들이 이미 재판에 넘겨져 칼자루는 법원이 쥐게 되었다. 아직 사법부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추고 있는 편이지만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날 경우 태도가 표변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계엄령 준비설’로 정부 족쇄 채우기
이들의 입장에서 가장 좋기로는 모든 혐의에서 무죄를 받는 것이겠으나 그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게 안 된다면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만이라도 무죄가 나오거나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에 그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나머지 재판들은 27년 대선 후까지 최종 판결이 미뤄지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와도 날카롭게 대결하게 될상황에 미리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이 대표와 그의 친위대가 동원할 수법이야 뻔하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 고위관료에다 판사들까지 탄핵소추로 위협한다. 그럴싸한 죄목을 붙여 특검의 우리로 던져 넣는 것도 이들의 특기 가운데 하나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저지할 수는 있지만 위험 요소가 없지 않다. 여당에서 단지 몇 사람만이라도 등을 돌리면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해진다. 야당의 지칠 줄 모르는 탄핵, 특검 공세에 일일이 거부권행사로 맞설 경우 민심이 이반할 우려도 없지 않다. 또 이런 무한 공방전에 빠지게 되면 정부는 국정 주도권을 잃고 판사들도 심한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심리적으로 이미 광화문 집회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매도하던 때로 돌아가 있다.
“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줬고, 국민이 맡긴 예산으로 사적 이익을 채웠기 때문에 이제 너희들은 해고다”(3월 18일, 평택역 광장).
이 대표는 지난 4·10총선 유세에서 진작 정부(윤 대통령)를 ‘해고’했다. 우리 사회가 ‘내전 상태’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규정하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 대표가 김 최고위원 같은 친위대를 이끌고 ‘군중 계엄령’을 꿈꾸는 것은 아닌가? 혹시나 해서 물어 보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생각할수록 한심하다. 민주당 이 대표는 사생결단으로 대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안싸움이라니! 정신 못 차리면 민주당의 황당한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은감불원(殷鑑不遠: 거울로 삼아야 하는 일은 멀리 있지 않다)이라지 않는가. 2016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의 광화문을 기억하라.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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