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면에 탄식 터졌다…"불 태울 쓰레기" 트럼프 분노한 영화

나원정 2024. 10.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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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프렌티스’에서 도널드 트럼프(세바스찬 스탠·오른쪽)는 변호사 로이 콘(제레미 스트롱)의 성공 수완을 배워 성장한다. 사진 누리픽쳐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태워야 할 쓰레기”라며 분노한 영화 ‘어프렌티스’(감독 알리 아바시)가 다음 달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1일 북미 개봉한다. 한국 개봉은 23일로 잡혔다.

젊은 시절 트럼프의 불법적 사업수완, 성추문 등을 그려 올 5월 칸영화제 첫 공개부터 논란을 일으킨 영화다. 전 부인 이바나에 대한 성폭행, 복부 지방흡입·탈모 수술을 받는 적나라한 장면에선 현지 관객들의 탄식과 함께 8분간 기립박수가 나왔다. ‘경계선’(2018), ‘성스러운 거미’(2022) 등을 만든 이란계 덴마크 감독 알리 아바시가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1970~80년대 뉴욕 부동산 업자 아버지의 손아귀에 쥐여살던 풋내기 청년(세바스찬 스탠)이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로 거듭나는 여정을 건조하게 뒤쫓는다. 정재계 거물, 마피아 등을 변호한 ‘악마의 변호사’ 로이 콘(제레미 스트롱)이 소송 건으로 알게 된 트럼프를 자신의 수제자, 불법·협잡·선동의 괴물로 길러낸다. 동성애자였던 콘이 에이즈에 걸린 말년, 자신이 가르친 수법 그대로 트럼프에게 배반당하는 결말까지, 영화 전체가 흡사 ‘프랑켄슈타인 탄생기’를 연상시킨다.

콘에 “도니(도널드를 귀엽게 부른 이름) 보이!”라 불렸던, 금발머리의 순박한 파파보이가 사회적 스승 콘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승리의 3계명을 흡수하는 초반부 몰입감이 크다. 첫째, 공격 또 공격하라. 둘째, 아무것도 인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부인하라. 셋째, 절대로 패배를 인정하지 말고 절대 승리만을 주장하라. 영화 말미 트럼프는 자서전(『거래의 기술』) 대필작가와 인터뷰에서 이 3계명을 자신의 것처럼 둘러댄다. 이미 콘은 59세에 세상을 뜬 후다.

이 영화가 올해 선거판을 흔들지는 미지수다. 외신에선 “트럼프에 대한 기존 풍자 내용을 복사한 작품이자, 정치적 미래에 대한 예언적 메아리”(가디언), “무시할 순 없지만, 폭로 소재도 아니다”(뉴요커) 등 지나치게 사실주의를 추구해 밋밋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어프렌티스’는 당초 트럼프 측이 미국 배급을 막기 위한 강력한 법적 소송을 예고하며 개봉에 난항을 겪었다. 트럼프 지지자이자 재계 거물 다니엘 스나이더가 트럼프 성공기로 오해하고 자금을 댔다가 내용을 보고 개봉을 반대하기도 했다. 결국 기존 투자 지분 700만달러를 총괄 프로듀서가 인수하며 간신히 개봉에 물꼬를 텄다.

미국 독립 제작·배급사 브라이어클리프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11/9’(2018)를 배급했던 회사다. 미국 방송 ABC, CBS 등이 대선 토론 기간 ‘어프렌티스’ 광고 방영을 거부하자 배급사 측은 이를 “소심함과 비겁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전작 ‘성스러운 거미’에서 이란에서 거리 여성 16명을 살해해 추앙받은 연쇄살인마 실화를 그려 자국 내 상영 금지 처분을 당했던 알리 아바시 감독은 미국 매체 ‘더 랩’을 통해 “미국 영화 개봉마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영화사와 사전 인터뷰에서 “‘어프렌티스’는 트럼프 전기 영화가 아니라 권력이 시스템을 통해 흐르는 방식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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