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기 울리자 일단 껐다… 부천 호텔 화재는 ‘인재’

김민 2024. 10. 9. 01: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8월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가 소유주와 직원 등이 안전 관리와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전형적인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 불이 난 7층 객실의 방화문이 열려 있어 연기가 복도로 빠르게 확산한 데다 호텔 직원이 화재경보기를 임의로 껐다가 2분가량 뒤 다시 켜 투숙객들의 대피가 늦어진 탓에 피해가 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 “안전 관리·초동 대처 미흡”
전선 문제 있다 권고 듣고도 방치
호텔 소유주 등 4명 사전 구속영장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 등이 오전 합동 감식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가 소유주와 직원 등이 안전 관리와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전형적인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 불이 난 7층 객실의 방화문이 열려 있어 연기가 복도로 빠르게 확산한 데다 호텔 직원이 화재경보기를 임의로 껐다가 2분가량 뒤 다시 켜 투숙객들의 대피가 늦어진 탓에 피해가 컸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호텔 소유주 A씨(66)와 운영자 B씨(42), A씨의 딸인 C씨(45), 매니저 D씨(36·여)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수사 결과 호텔 매니저 D씨는 화재경보기를 임의 조작으로 껐던 것으로 드러났다. 울리기 시작한 경보기를 일단 끈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에 올라가 화재를 확인한 뒤 1층에 내려와 다시 화재경보기를 작동시켰지만 이미 ‘골든타임’ 2분24초가 지나버렸다. 경찰은 D씨가 화재경보기를 임의로 끄지 않았으면 802·807·902호 투숙객 5명이 대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 원인으로는 투숙객 진술, CCTV 영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통해 호텔 810호 에어컨 실내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04년 10월 준공된 호텔을 2017년 5월 인수하고 이듬해 5월 에어컨 교체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설치업자는 기존 전선에 새 전선을 연결하면서 절연테이프로 허술하게 마감했다. 전기설비기술기준상 에어컨 전선은 통선 사용이 원칙이고, 불가피하게 전선을 연결할 경우에는 안전장치 밀착, 열수축 튜브 피복, 절연테이프 마감 등을 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에어컨 A/S 기사로부터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권고를 여러 차례 들었지만, 호텔 관계자들은 별다른 배선 공사를 하지 않고 방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는 도어클로저 미설치를 먼저 꼽았다. 방화문은 도어클로저를 통해 항상 닫혀 있어야 하지만 모든 객실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객실 문도 자동으로 닫히지 않아 화염과 연기가 복도로 급속하게 확산됐다. 복도 비상구 방화문 역시 환기 등을 이유로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시켜 열어둬 위층으로 화염과 연기가 빠르게 번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