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말 많은 수사심의위, 이대로 괜찮은가

2024. 10. 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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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아온 최재영씨(본인은 목사라고 주장)의 신청으로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논란이다. 피의자인 최씨는 자신을 기소하라고 검찰에 촉구했고, 검찰 수사팀은 기소할 수 없다고 맞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참 희한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피의자(변호인)와 검찰의 역할이 완전히 전도된 사법사상 초유의 진풍경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것이 있다. 앞서 열린 별도의 ‘김건희 여사 수심위’에서는 불기소 결정이 나왔는데, 이는 ‘최재영 수심위’ 결정과 상반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왔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수심위의 주된 쟁점은 세간에 알려진 대로다. 최 씨가 김 여사에게 제공한 명품 백 등이 단순히 김 여사와의 만남을 갖거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한 선물에 불과한지, 아니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인지다. 즉, 직무 관련성 여부가 주된 심의 대상이었다.

「 김 여사와 최씨 사건 엇갈린 판단
비밀주의 탓 불필요한 오해 초래
법리 판단은 수심위 아닌 검사 몫

이에 대해 수심위는 기본적으로 직무 관련성이 있다며 수심위 위원의 8대7 의견으로 최씨에 대한 기소 결정을 했다. 그런데 앞서 김 여사 수심위에서 만장일치로 불기소를 결정한 이유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가 아닌 공직자의 배우자는 설령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즉, 청탁금지법에 관련 처벌 조항이 없음을 지적할 수는 있어도 김 여사 수심위의 불기소 결정은 논란의 여지 없이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명품백 등 공여자인 최씨는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규정(청탁금지법 제22조 1항 3호)의 합리적인 해석이고 다수 법원 판결의 취지이다. 따라서 최씨 수심위에서 직무 관련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수심위 위원들의 의견은 이 점에서 갈렸을 것이다. 요컨대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두 수심위 결정이 상반된 것으로 보이나, 쟁점에 차이가 있었을 뿐 결코 서로 모순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 보기에 다소 의아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수심위 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에 기인한다.

수심위 위원은 ‘운영 지침 제30조 2항’에 따라 심의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 이런 비공개 원칙에 따라 수심위 심의 내용이 모두 비밀에 부쳐지고, 결정의 이유나 배경에 대해 수심위 차원의 아무런 설명이 이뤄지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이 초래된다.

수심위 심의대상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이기 때문에(운영 지침 제3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내용과 결과가 최대한 공개돼야 한다. 당사자가 공인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 최씨 수심위 이후 이해 당사자로 추정되는 인사가 “심의 과정에서 모 위원이 5% 유죄 가능성만 있어도 기소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허위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이를 사실인 양 보도한 언론사가 다음 날 부랴부랴 정정보도를 내는 등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수심위 논의 내용이 철저히 비공개인 점을 악용한 무책임한 언론 플레이는 현행 수심위 제도가 유지되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심의 내용과 과정의 절대적 비공개 원칙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문제는 또 있다. 김 여사와 최씨 사건의 경우 수심위에 회부하는 것이 적절한지 근본적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두 수심위의 주요 쟁점은 사실관계가 아니라 직무 관련성 같은 법리 해석의 문제였다. 그 판단을 수심위에 맡기는 것은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그 증상을 일반인에게 설명하면서 치료 방향을 다수결로 결정해 달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법률 판단은 검사가 하고, 사실 판단만 수심위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대체로 수심위의 결정을 따랐으나 이번에는 수심위 권고와 달리 최씨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최고 권력자와 관련된 이번 사건은 수심위를 통해 검찰이 부담을 덜 좋은 기회였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수심위 설치 목적이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하라는 점에서 검찰총장이 수심위 결정을 존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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