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인사하는 아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트럭과 포클레인이 부산하게 오가며 터를 다지더니 네모반듯한 4층 건물이 완공됐다.
피곤한 얼굴로 무심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는데 아이가 나를 빼꼼 쳐다보더니 허리를 숙여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엘리베이터에 혼자 남아서도 아이의 맑은 음성이 맴돌았고 애초에 인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른인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했더라면 아이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탔을지도 모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럭과 포클레인이 부산하게 오가며 터를 다지더니 네모반듯한 4층 건물이 완공됐다. 횡단보도에 개나리색 페인트가 칠해졌고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도 세워졌다. 그리고 얼마 후 집 앞 초등학교가 개교했다. 아침이면 아파트 정문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이 물살을 탄 송사리 떼처럼 우르르 몰려 등교하는 모습이 정겹고 어여쁘다. 이 동네는 아이가 많다. 유모차 타고 산책 나온 아기, 제 몸집만 한 가방을 등에 메고 유치원에 가는 어린이들도 눈에 자주 띈다. 내가 환갑이 될 즈음 성인이 될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세대가 바뀌고 바뀌어 이렇게 세상이 이어져 왔음이 느껴진다.
한 날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에 젖은 아이가 서 있었다. 친구들과 신나게 축구를 하고 귀가하는 모양이었다. 피곤한 얼굴로 무심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는데 아이가 나를 빼꼼 쳐다보더니 허리를 숙여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안녕’ 대답했지만 어쩐지 머쓱했다. 엘리베이터에 혼자 남아서도 아이의 맑은 음성이 맴돌았고 애초에 인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먼저 다가가는 마음을 잊은 내 인색함을 목도한 것이다. 짧은 인사 한마디가 공기의 흐름을 바꾸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아 준다는 것을 왜 잊고 지냈을까. 어른인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했더라면 아이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탔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보배 같은 꿈을 안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일에 무관심했다. 어른들의 행동을 통해 사회적 경험을 쌓아가는 아이에게 인사는 단순한 예의를 넘어 존중과 배려를 배우는 중요한 행동이라고 한다. 그 아이의 인사는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다시 찾게 해줬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살가운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날, 아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연, ‘황재균과 이혼’ 이틀 만의 팬미팅…결국 울었다
- 트럭에 참수된 시장 머리가…카르텔 소행 추정
- “상견례 식사 꼭 해야 하나요” 예비부부의 고민 [사연뉴스]
- ‘어른’ 되기 힘드네요… “미국인, 서른에야 어른 됐다 느껴”
- 문다혜, 3차까지 술자리…“술 달라, 쾅” 식당서 쫓겨나
- “이선균에게 뜯은 3억, 사실은…” 실장 지인, 입 열었다
- “코끼리까지 먹는다” 최악 가뭄에 식량난 겪는 아프리카
- 명태균 “내가 검찰 조사 받으면 한 달 내 尹 탄핵”
- 경찰 “문다혜, 파출소 조사… 귀가 동행자는 공개 불가”
- 피해자 실명·나이 그대로…‘박대성 사건 보고서’ 유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