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있는 그대로 말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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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강의 시간에 늦었다.
"늦게 출발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질문은 "강의 시간을 몰랐느냐?"는 비난이다.
아직 출발도 못한 부대장이 거의 다 도착했다고 보고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직장에서 회의 중에 직장 상사가 좋아할 것 같은 답변만을 이야기하면 그 회사의 집단 지성은 작동할 수 있을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람과 사람 간에 신뢰라는 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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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강의 시간에 늦었다. “늦게 출발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질문은 “강의 시간을 몰랐느냐?”는 비난이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면 “괜찮냐?”라는 위로를 받는다. 솔직한 대화보다는 상대편이 용납할 만한 대답을 제시하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대화와 보고는 위험한 일이다.
최근에 군 장성 한 분과 가장 강력한 군대를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두려움 없이 보고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라고 말했다. 전율을 느꼈다. 이것은 조직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핵심 소통 능력이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은 구성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의사소통 전략을 사용한다. 주인의식 고취, 동기 강화, 갈등 해결과 중재, 조직문화 개선, 인간관계 훈련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원하는 성과를 얻는 조직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조직의 생존을 결정하고, 모든 구성원이 원팀이 돼 집단 지성을 발휘하며,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근본 힘은 ‘있는 그대로, 두려움 없이, 정직하게 보고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믿는 소통 방식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하루에도 수십 차례 하얀 거짓말을 하고, 자기 속내를 감추며 산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갖가지 이유를 다시 만들어낸다. 가령 직장 상사가 원하는 대답을 하고, 질책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을 만들어내며, 진솔한 표현 대신에 타인의 분위기를 맞춘다. 그 와중에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상사가 괴팍해서, 사회가 이상해서 등과 같은 변명거리를 다시 만든다. 결과적으로 진정한 자기로 살아가는 대신에 자아 상실을 겪고, 자기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개탄한다.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과 책임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정직한 보고나 표현 대신 그럴듯한 말을 하는 것은 어떤 사태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릇된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문제에 성장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놓게 된다. 가령 전투 중에 지원부대가 약속된 시간에 도착 장소에 도달하지 않았을 때 지휘관이 “지정 장소에 도착했는가?” 확인을 한다고 해 보자. 아직 출발도 못한 부대장이 거의 다 도착했다고 보고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직장에서 회의 중에 직장 상사가 좋아할 것 같은 답변만을 이야기하면 그 회사의 집단 지성은 작동할 수 있을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람과 사람 간에 신뢰라는 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문제는 솔직한 보고에 대한 타인들의 반응이다. 집에서 늦게 출발해 지각을 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왜 늦었는가를 파악해 그것을 변화시키려 한다. 늦잠을 잤다고 하면 일찍 잤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잠이 안 온다고 하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해 버린다.
그러면 솔직하지 않은 대답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가? 거짓된 소통을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 없는 진실한 대화와 보고를 통해 진짜 문제의 실체를 찾아야 한다. 변명을 해결하는 것은 가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늦게 일어났음에도 차가 밀려 지각했다고 변명하는 학생에게 일찍 출발했어야 한다는 교훈과 질책은 어떤 해결책도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늦게 일어났음을 직시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할 때 발전의 가능성이 열린다. 정직한 표현은 순간적으로 불편하더라도 진짜 탐색해야 할 주제가 드러나게 만든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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