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통영반’의 명맥이 끊긴다
부엌과 방을 분리한 한국 한옥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가구가 있다. 바로 소반(小盤·음식 그릇을 올려놓는 작은 상)이다. 한옥은 부엌에서 조리한 음식을 마당을 지나 대청마루를 올라 방까지 옮겨야 한다. 이때 소반은 나지막하고 작아 음식을 나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보통 민가에서 쓰던 소반은 너비가 50㎝ 내외로, 성인 어깨 넓이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양팔에 부담을 주지 않게 설계된 크기였다. 높이도 대개 25~30㎝ 안팎으로 낮았는데, 좌식(坐式) 생활을 하는 온돌방에서 식사하기 편리한 규격이었다. 입식(立式) 생활을 하는 중국이나 서양 가재도구와 다른 한옥 문화만이 가진 특징이다.
해주반·나주반과 함께 한국 대표적인 소반인 ‘통영반’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지난 8월 30일 국가무형유산 소반장 보유자인 인간문화재 추용호 선생이 별세하면서다. 향년 74세. 추 선생은 경남 통영시 도천동 ‘통영 소반장 공방’에서 눈을 감았다. 추 선생이 ‘통영 소반’을 만들던 작업장이다. 약 8평 규모(26.44㎡)인 공방은 지은 지(1928년) 100년 가까이 됐다. ‘며칠째 밤에도 공방에 불이 켜지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공방을 찾은 친인척이 사망한 그를 발견했다. 평소 지병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통영소반’ 유일한 기능보유자인 추 선생에게는 정식 제자가 없었다. 추 선생에게 전수 교육을 받았던 전수교육생 2명이 있기는 했지만, 정식 이수자는 없었다는 것이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영반은 그 계보가 명확해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추 선생의 부친 추을영 장인은 자신의 고모부 윤기현 장인(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아버지)한테 기술을 전수받았고, 이를 아들에게 계승했다. 하지만 추 선생 이후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문제는 통영 소반만 이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받은 ‘국가무형유산 전승자 현황’에 따르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75.2세다. 이수자인 전승교육사의 평균 연령도 64.4세로 고령화돼 있다. 특히 국가무형유산 160개 종목 중 보유자가 1명도 없는 종목은 6개(3.8%), 보유자가 1명인 종목은 63개(39.4%)나 된다고 하니 이대로라면 머지않은 시간에 인간문화재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
인간문화재는 한국의 DNA를 보여주는 무형의 유산이다. 따라서 보유자나 전승자가 없으면 그 기술도 사라지고 그 기술이 만들어낸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우리 문화의 명맥도 끊어질 수밖에 없다. 명맥을 잇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위성욱 부산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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