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극장 안 죽었다, 그 공허한 구호
‘Theater is not dead(극장은 죽지 않았다)’. 올해 부산영화제(BIFF) 행사장과 굿즈(기념품)에 박힌 문구다. 굿즈 개발은 BIFF가 수차례 정부 지원금 축소를 겪으며 마련한 자구책 중 하나. 영화제 규모가 커진 만큼, 생존을 위한 재정적 고민도 깊어졌다.
BIFF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영화를 초청한 것도 흥행을 위해선 스타·화제작이 필수여서다. 2021년 OTT 영화·드라마 초청 부문(온 스크린)이 생기면서 극장영화 못지않은 만듦새를 자랑하고픈 OTT와 본격적인 공생관계가 시작됐다.
올해는 사상 최초 OTT 개막작(‘전, 란’)까지 탄생했다. 극장 기반의 영화제가 상징성이 큰 개막작에, 온라인 구독자 증대를 최우선 목표로 극장 개봉은 하지 않는 OTT 작품을 선정한 것이다. 비판이 나오자 박광수 BIFF 이사장은 반문했다. “극장 개봉 영화들이 TV로 방영된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왜 이슈가 되나.”
그런데 기존 극장 개봉작이 케이블TV, IPTV, VOD 등을 통해 제작사에 추가 수익을 안긴 것과 OTT 오리지널 작품은 차이가 있다. OTT 오리지널은 OTT가 지적재산권(IP)을 독점하고, 흥행 이윤은 제작사에 극히 제한적으로 배분해 영화계 생태계를 해친다고 비판받아왔다. OTT 업계는 또 팬데믹을 틈타 극장 개봉작 온라인 출시 계약에서 통상 3개월 정도이던 홀드백(극장에서 VOD로 넘어가는 기간)을 대폭 축소해왔다. “한 달만 있으면 OTT에 뜨는데 극장에 왜 가냐”는 뉴노멀 관람 행태 배경이다.
영화산업 회복을 더디게 만든 이런 속사정이 개막작 선정과는 무관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시아 최고 영화제의 개막작엔 그저 대중성 확장 이상의 메시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극장은 죽지 않았다’는 구호가 공허한 까닭이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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