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받는 ‘의료 인공지능 기업’ 삼총사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10.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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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허덕이더니…‘흑자’ 보이는 의료 AI

예상보다 더딘 실적 개선 속도와 불투명한 해외 실적 등으로 시장 외면을 받던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3사(루닛·뷰노·제이엘케이)가 재조명받고 있다. 증권가는 의료 AI 시장은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① 전 세계적인 전문의 감소와 ② 고령화로 인한 뇌졸중, 부정맥 등 질환자 증가 ③ 계속되는 AI 기술 발전 등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의료 AI는 필연적 성장 구간”

전문의 감소+병원 수익 개선

백지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9월 ‘가랏, 의료 AI’ 제목의 보고서에서 “의료 AI 시장의 성장은 필연적이고 성장하는 시장 속 본격적인 매출 발생과 수익화가 이뤄지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흑자전환 기업 탄생과 해외 시장 진출 가시화 등을 재주목할 때”라고 강조했다. 백 애널리스트 논리는 간결하다. 전 세계적 의료 일손 부족 현상을 고려하면 AI가 의사를 대체해야만 하는 시기고, 그간 쌓인 병원의 적자 구조를 해결 가능한 것도 AI 솔루션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일손 부족을 살펴보자. 수치로 보면 명확하다. 국내의 경우 매년 3000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의사는 줄고 있다. 특히 바이탈로 불리는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는 10년간 600명 이상 감소했다.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26개 전문과 전공의는 1만2891명에서 2618명 감소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 감소세는 10%대인 데 반해 소아과와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감소세는 20%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올해는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으로 전공의가 전문의 취득 대신 개원·해외 취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어 ‘전문의 감소’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미국 의과대학협회는 2033년 미국 내 영상 의학과 전문의가 최대 4만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구 구성이 고령화되면서 관련 검진 수요가 늘고 있는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 의과대학협회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 원인으로 ‘직장 내 초과 근무’ ‘너무 많은 판독 업무’ 등을 꼽았다. 일종의 기피 업종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또 다른 이유는 병원 수익성이다. 백 애널리스트는 병원 수익 구조가 제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P*Q)-C’ 모델이다. P와 Q는 각각 수가와 환자 수, C는 비용을 의미한다.

그간 병원은 C(비용) 축소를 유일한 수익 개선 방안으로 판단했다. 병동을 통합 운영하고 일부 직원 무급휴가를 진행했다. 하지만 비용 축소는 한계가 명확하다. Q(환자 수) 역시 마찬가지다. 병상 가동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Q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남는 건 P(수가)뿐이다. 수가는 급여·비급여 등 환자가 지불하는 진료비다. 의료 AI 솔루션 수가는 대부분 비급여다. 병원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선 의료 AI 솔루션이 ① 의사의 편의성 개선 ② 수익성 향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증권가는 의료 AI 시장이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4분기 흑전 가능성 뷰노

루닛·제이엘케이 해외 성과

국내 의료 AI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루닛과 뷰노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각각 2022년과 2021년 기술특례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루닛의 핵심은 ‘루닛 인사이트’와 ‘루닛 스코프’다. 루닛 인사이트는 AI 기반 영상 분석으로 병을 진단하는 솔루션이다. 흉부 엑스레이 AI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과 유방촬영술 AI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가 대표적이다. 해당 솔루션은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와 호주 등에서는 유방암 검진 시 영상의학과 전문의 2명이 이중 판독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중 판독 과정에서 의사 한 명 대신 루닛 인사이트 MMG를 적용해 유방촬영술을 판독하는 형태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유방촬영술 시장점유율 42%의 유방암 AI 검진 기업 볼파라헬스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사업을 확대 중이다. 눈에 띄는 성과도 냈다. 두 회사가 힘을 합쳐 내놓은 ‘세컨드리드AI’ 솔루션을 대규모 영상 진단 플랫폼 기업 레졸루트에 공급했다. 레졸루트는 세컨드리드AI 솔루션을 미국 각 지역에서 자체 운영 중인 40개 이미징센터에서 연간 30만장이 넘는 의료 영상 분석에 활용할 예정이다.

루닛 스코프는 AI를 활용한 항암제 효과 예측 솔루션이다. 최근 빅파마와 협업을 이뤄내 눈길을 끈다. 루닛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진단사업부인 로슈진단(Roche Diagnostics)의 디지털병리 플랫폼 네비파이(Navify)에 루닛 AI 병리분석 솔루션 ‘루닛 스코프 PD-L1’을 탑재하는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루닛 스코프는 그간 병리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인디카랩스를 통해서만 유통됐다. 하지만 이번 로슈진단 계약으로 공급망이 확대됐다. 박선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네비파이 플랫폼을 활용해 비소세포폐암의 PD-L1을 분석할 때마다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로슈는 자체 디지털 스캐너를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전역에 영업망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뷰노는 의료 AI 기업 중 가장 먼저 흑자전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혈압·맥박·호흡·체온 등 데이터를 수집해 심정지 발생 위험을 점수로 보여주는 ‘뷰노메드 딥카스’가 주력이다. 최근 뷰노는 빠르게 매출을 키우고 있다. 뷰노메드 딥카스가 비급여 시장에 진입해 국내 시장 공급이 확대된 덕분이다. 뷰노는 2024년 상반기 기준 119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 동기(47억원)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적자폭도 2023년 상반기 100억원에서 2024년 상반기 7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백지우 애널리스트는 “4분기 손익분기점 달성이 전망된다”며 “현재 95개 병원 도입이 완료된 상태고 전문의 등 의료 인력 부족으로 딥카스 도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뷰노가 올해 4분기 1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AI 뇌졸중 진단 솔루션 업체 제이엘케이도 주목받는다. 뇌졸중 치료는 원인 파악이 핵심이다. 대동맥경화나 소혈관폐색, 혈전이 혈관을 막는 경우 등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도 많다. 문제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점. 암 같은 질환은 조직 검사로 진단할 수도 있는데, 뇌는 쉽게 그럴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영상 촬영 의존도가 높고, 진단 시 영상과 문헌을 비교하거나 경험적 부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제이엘케이는 이를 ‘JBS-01K’ 등 AI 솔루션으로 돕는다. 기능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JBS-01K는 의료 AI 솔루션 최초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 비급여 수가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 진출도 가시화 단계다.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제이엘케이는 지난 5월 CT 기반 대혈관폐색 진단 AI 솔루션 ‘JLK-LVO’ 허가 제출을 완료했다. CT 기반 솔루션인 점과 뇌졸중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약 200일 소요될 전망이다. 연내 FDA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제이엘케이는 국내보다 미국 시장 진출이 용이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의 경우 모든 부분을 제이엘케이 스스로 개척해야 했지만, 미국은 비즈에이아이 같은 글로벌 경쟁사가 기반을 닦아놓은 상태기 때문이다. FDA 허가를 받고 시장에서 솔루션의 정확도나 가격 경쟁력만 어필되면 승산 있다는 진단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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