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방송 수익 모델에 발등 찍히다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10.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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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전성시대인데…몰락하는 MCN

2010년대, 미디어 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았던 MCN이 흔들린다. 국내 주요 MCN 기업 대다수가 소속 유튜버의 이탈과 지속된 적자로 인해 위기에 빠졌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부진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는 MCN 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온 ‘부실한 수익 모델’을 해결하지 못하면, 산업 자체가 사장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6년 연속 적자를 내며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유튜버의 연이은 이탈로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다. 사진은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소 내부 모습.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각광받던 신사업이 어쩌다

국내 빅3 모두 연속 적자

MCN은 Multi Channel Network의 약자다. 흔히 직역한 단어를 그대로 옮겨 다중 채널 네트워크라고도 한다. 풀이하면 다양한(Multi), 1인 방송 채널(Channel)의 연합체(Network)라는 뜻이다. 유튜브, 숲(SOOP), 치지직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를 지원·관리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산업이다. 인터넷 방송인을 관리하는 일종의 연예 기획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1인 방송인이 왜 굳이 MCN에 들어갈까. 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은 방송인은 수입이 ‘취미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부가적인 수입’으로 취급된다. 때문에, 소득세가 일반 직장인보다 몇 배나 되는 세금이 부과된다. 이런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법인에 들어가는 이가 대다수다. 본인이 직접 1인 기획사를 차리는 방법이 있지만 세금 정산, 수입 관리, 영상 편집, 스케줄 관리 등을 모두 하기란 쉽지 않다. 관리 일체를 담당해주는 기획사인 MCN과 계약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2010년대 들어 1인 방송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MCN 산업은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다이아TV, 트레져헌터 등 대형 MCN이 등장한 시기가 이 무렵이다. 미래 전망도 밝았다. 유튜브와 트위치 등 인터넷 플랫폼과 1인 방송 콘텐츠의 영향력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1인 방송인과 수익을 공유하는 MCN 산업 역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했다.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터넷 플랫폼과 1인 방송인의 매출과 영향력은 크게 상승했지만, MCN 산업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오히려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며 고꾸라졌다. 2023년 국내 빅3 MCN 모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소속 대형 인플루언서들이 연달아 이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이 ‘존폐 기로에 섰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업계 2위권인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해 매출 1028억원, 영업손실 115억4224만원을 기록했다. 4분기 흑자를 거두기는 했지만, 연간 적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7년 이어 6년 연속 적자다. 올해 전망은 더 좋지 않다. 구독자 100만명 이상을 거느린 대형 유튜버가 연이어 이탈했기 때문이다. 침착맨, 곽튜브, 빠니보틀, 슈카월드 등이 모두 샌드박스를 떠났다. 수익성이 높은 인플루언서가 빠져나간 만큼 2024년 수익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2024년 흑자전환, 2025년 상장을 노리던 샌드박스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기업의 존속 여부도 걱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무 상황이 불안하다. 2023년 기준 부채비율은 302%에 달한다. 회사가 가진 돈(자본)보다 빚(부채)이 3배가 많다.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CJ ENM이 운영하는 국내 최초 MCN 다이아TV 실적도 부진하다. CJ ENM 미디어 플랫폼 사업에 수익이 잡히는 탓에, 구체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은 집계되지 않지만, 그동안 상당한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대 1400명에 달했던 소속 인플루언서 수는 올해 65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2023년 CJ ENM이 매물로 내놨지만, 뚜렷한 인수처를 찾지 못해 매각에 실패했다. 현재는 사업 효율화 등 흑자전환을 위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흥 강자로 꼽혔던 트레져헌터는 2023년 매출 281억원, 영업손실 43억원을 기록, 적자를 면치 못했다. MCN과 커머스를 합쳐 흑자로 전환한 뒤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수익화에 실패하면서 상장은 포기한 상태다.

왜 실패할 수밖에 없나

한계 뚜렷한 수익 모델

연예인도 1인 방송에 뛰어들 정도로 방송보다 유튜브가 잘나가는 시대, 왜 MCN은 힘을 쓰지 못할까. 이유는 2가지다.

첫째,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다. MCN의 주 수익은 소속 방송인이 제작한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다. 해당 수익을 소속 방송인과 MCN 회사가 나눈다. 연예 기획사가 소속 아티스트와 이익을 배분하는 개념과 동일하다. 문제는 수익 배분 비중이다. 연예 기획사의 경우 아티스트 발굴부터 제작, 그리고 음반·콘텐츠 제작 등 전반을 관리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수익 대부분을 회사가 가져간다. 추후 아티스트와 재계약을 맺을 때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회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반면, MCN은 수익 배분 계약이 1인 방송인에게 유리하다. 1인 방송인은 MCN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한 이들이다. 몸값이 높은 방송인을 MCN이 ‘모시는’ 입장이다. 회사가 수익을 많이 가져갈 수 없는 구조다. 일례로 2023년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외주용역비로 697억원을 지출했다. 전체 영업비용(1143억원)에서 60.9%를 차지한다. 외주용역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1인 방송인에게 지급하는 콘텐츠 비용이다. 매출이 높을수록 나가는 비용도 덩달아 상승한다. 애초에 이익을 확보하기 힘든 구조다.

둘째, 산업의 태생적 한계다. MCN이 필요한 1인 방송인은 구독자가 적은, 이른바 ‘중소형 인플루언서’다. 수익이 많고 영향력이 큰 대형 방송인은 굳이 MCN과 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다. 본인이 소형 법인을 차려 일부 관리 비용만 분담한 채 수익을 독식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MCN은 대형 방송인이 많아야 수익이 늘지만, 거꾸로 대형 방송인은 MCN에 남을 유인이 없다. MCN은 인지도가 높은 소속 방송인이 많아야 MD(굿즈), 지식재산권(IP) 라이선싱, 자체 콘텐츠 사업 등 2차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인 상당수가 인지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회사를 나가버리는 만큼,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기존의 방대한 관리형 MCN은 사라지고, 육성형 MCN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미 유명한 방송인을 영입하는 것보다 연예 기획사처럼 직접 인플루언서를 육성해 사업을 벌이는 모델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MCN ‘레페리’다. 뷰티 콘텐츠를 주력으로, 유튜브·틱톡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400명을 보유했다. 이미 유명한 1인 방송인을 섭외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레페리는 직접 육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이들의 이탈이 적고, 마케팅·커머스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레페리는 2021년 처음 영업이익을 냈고, 2022년, 2023년 연속 흑자를 거뒀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348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퍼주기식 계약으로 몸집을 키운 MCN 기업의 경쟁력은 이제 사라진 상태다. 규모가 작더라도, 수익 구조가 확실하고, 충성도 높은 1인 방송인을 보유한 MCN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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