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만 가능” “숙련도가 중요”…대법서 간호사 골수 검사 공개 변론

김준영 2024. 10. 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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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검사는 치명적 부작용을 유발하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다.”(검사)

“검사 주장은 추상적 위험일 뿐, 숙련된 전문간호사면 수행할 수 있다.”(피고인 측 변호인)

전문간호사의 골수 검사가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8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에서 팽팽한 공개 설전이 오갔다.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공개변론이 열린 것은 2022년 3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자 역대 네 번째다. 의료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첨예한 사안이라,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공개로 한 자리다.

기사와 상관없는 참고 사진. 뉴스1


이 사건은 서울아산병원이 2018년 병원 소속 종양 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사를 하게 한 것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대법원까지 오게 됐다. 전문간호사는 의사를 보조해 수술과 검사 시술, 검체 의뢰 등 업무를 맡는데, 구체적으로 골막을 뚫어 골수를 채취하는 업무(골수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의료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는 ‘절대적 의료행위’와 간호사도 할 수 있는 ‘진료보조 의료 행위’로 나뉘는데 골수검사가 절대적인지 상대적인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1심 무죄, 2심 유죄(벌금 2000만원)로 엇갈렸다.

이날 대법원 공개변론에서도 검사와 변호인은 물론, 각각의 참고인으로 온 의료진은 정면 대립했다.

먼저 검사는 “골수 검사는 마취나 골수 채취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부작용 및 합병증에 대한 지식과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고도의 의료 행위”라며 “설령 전문 간호사가 일부 업무를 보조할 수 있어도, 의사의 구체적 지시와 감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도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아산병원 측 변호인은 “골수 검사는 주사 위치만 잡으면 부작용이 극히 낮으며 미국 등에서도 전문간호인력이 골수 검사를 한다”며 “한국의 종양 전문간호사 교과과정과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문간호사 업무 지침 범위에도 골수 검사가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간호사는 3년 이상 간호사 경력과 석사 학위 및 자격시험 통과도 하는 전문인”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 참석한 참고인 주장도 엇갈렸다. 검찰 측 참고인 정재현 해운대부민병원 진료부장은 “골수 검사를 하려면 먼저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자체가 의료행위”라며 “연구를 통해 안전이 확인된 뒤에 시행하는 게 맞다”고 했다. 반면 피고인 측 윤성수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검사가 아니다. 특별히 위험도가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전문간호인력이 골수 검사를 해왔던 점에 대해서도 격론이 오갔다. 피고 측 변호인은 “서양인이라고 콩팥이 3개 달린 것도 아닌데, 미국 전문간호사와 달리 우리는 허용되지 않으려면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에서도 일찍이 전문간호사가 골수검사를 했고, 전공의보다 낫다는 논문도 냈다. 이것은 그럼 의료법 위반 자수 논문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검사 측 참고인 정재현 진료부장은 “외국에서 검증됐더라도 한국에 적용하려면 연구 결과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피고 측 논리면 미국 식품의약처(FDA)가 승인한 신약은 한국에 다 들여와도 된다는 논리”라며 “서울대나 아산병원은 검증이나 제도가 완비되기 전 자체적으로 수행해온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 대법원


이들은 재판부와도 질의응답 했다. 재판부가 “의료행위의 절대성은 고정불변인가”라고 붇자 정 진료부장은 “고정불변은 아니지만, 충분한 제도와 검증 이뤄졌는지 냉철한 판단이 먼저”라고 답했다. 또 윤 교수는 “전문간호사에게 골수검사를 시켰을 때, 국민 우려를 불식시킬 매뉴얼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간호사가 혈혈단신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땐 언제든지 주변 의사의 대처가 가능했다”고 답했다.

당초 2시간 진행될 예정이던 공개변론은 40분을 초과했다. 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은 “저희 재판부에게 부족한 의료 지식과 현실을 잘 듣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의료법의 목적인 국민 건강 및 의료 업계의 발전과 조화가 무엇인지 고민해 결론을 내리겠다. 선고 기일은 추후 고지하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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