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쓰레기"라 분노한 흑역사 영화 ‘어프렌티스' 美대선 판 흔들까
대선주자 트럼프 흑역사 영화
“불태워야 할 쓰레기다.” 올해 공화당 미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분노케 만든 그의 전기영화 ‘어프렌티스’(감독 알리 아바시)가 다음 달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1일 북미 개봉한다. 한국 개봉은 23일로 잡혔다.
젊은 시절 그의 불법적 사업수완, 성추문 등을 묘사해 올 5월 칸영화제 첫 공개부터 논란을 일으킨 영화다. 전 부인 이바나에 대한 성폭행, 복부 지방흡입‧탈모 수술을 받는 적나라한 장면에선 현지 관객들의 탄식과 함께 8분간 기립박수가 나왔다. ‘경계선’(2018) ‘성스러운 거미’(2022) 등 소외계층 문제를 괴물화한 사회 모습에 담아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란계 덴마크 감독 알리 아바시가 연출을 맡았다.
트럼프 재해석한 현대판 '프랑켄슈타인 탄생기'
콘에 “도니(도널드를 귀엽게 부른 이름) 보이!”라 불렸던, 금발머리의 순박한 파파보이가 사회적 스승 콘과 자석처럼 눈빛이 연결된 듯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승리의 3계명을 흡수하는 초반부 몰입감이 크다. 첫째 공격, 또 공격하라. 둘째, 아무것도 인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부인하라. 셋째, 절대로 패배를 인정하지 마라. 절대 승리만을 주장하라. 영화 말미 트럼프는 자서전(『거래의 기술』) 대필작가와 인터뷰에서 이 3계명을 자신의 것처럼 둘러댄다. 이미 콘은 59세에 세상을 뜬 후다.
"트럼프 풍자 '복붙' 영화" vs "무시할 순 없다"
이 영화가 올해 선거판을 흔들지는 미지수다. 쇠락한 뉴욕 도심에 특급호텔을 성공시킨 이후 패권을 쥔 트럼프 모습은 세간에 익히 알려진 대로이기 때문이다. 외신에선 “트럼프에 대한 기존 풍자 내용을 복사한 작품이자, 정치적 미래에 대한 예언적 메아리”(가디언) “무시할 순 없지만, 폭로 소재도 아니다”(뉴요커) 등 지나치게 사실주의를 추구해 밋밋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다만, 트럼프가 자신을 ‘대머리’라 비하한 이바나(마리아 바칼로바)에 격분하며 강제로 성관계한 장면은 1990년 이혼소송 당시 이바나가 주장한 것. 이바나는 93년 성명을 통해 “공격받는 느낌이 들어 ‘강간’이라 표현했지만, 형사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건 원치 않는다”고 주장을 번복한 바다.
트럼프 성공기인 줄 알고…투자자 개봉 반대 난항
‘어프렌티스’는 당초 트럼프 측이 미국 배급을 막기 위한 강력한 법적 소송을 예고하며 개봉에 난항을 겪었다. 트럼프 지지자이자 재계 거물 다니엘 스나이더가 트럼프 성공기로 오해하고 자금을 댔다가 내용을 보고 개봉을 반대하기도 했다. 결국 기존 투자 지분 700만달러를 총괄 프로듀서가 인수하며 간신히 개봉에 물꼬를 텄다.
배급은 미국 독립 제작․배급사 브라이어클리프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당시를 그린 마이클 무어 감독 다큐멘터리 ‘화씨 11/9’(2018)를 배급했던 회사다. 미국 방송 ABC, CBS 등이 대선 토론 기간 ‘어프렌티스’ 광고 방영을 거부하자 배급사 측은 이를 “소심함과 비겁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전작 ‘성스러운 거미’에서 이란 최대 종교도시 마슈하드에서 거리 여성 16명을 살해해 추앙받은 연쇄살인마 실화를 그려 자국 내 상영 금지 처분을 당했던 알리 아바시 감독은 지난달 미국 텔룰라이드 영화제에서 ‘어프렌티스’를 상영하며 현지 매체 ‘더 랩’을 통해 “미국 영화 개봉마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영화사와 사전 인터뷰에서 “‘어프렌티스’는 트럼프 전기 영화가 아니라 권력이 시스템을 통해 흐르는 방식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7㎏ 찌우고 금발 가발…'윈터솔저'의 대변신
마블 히어로 영화 캐릭터 ‘윈터솔저’로 알려진 세바스찬 스탠은 트럼프 역을 위해 2달 만에 7㎏을 증량하고 금발 가발을 썼다. 말할 때 입 모양부터 걸음걸이‧몸짓까지 빼닮게 연기했다. 최근 미국 매체 ‘데드라인’과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인으로서, 작고 겸손한 아메리칸 드림으로 출발한 그(청년 트럼프의)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승자를 사랑한다”면서 다만 “사람들은 트럼프란 인물을 양극단으로 느낀다. 그가 신의 아들이거나 루시퍼의 화신이라고 여기는데, 그를 다시 현실에 발 붙인 인물로 데려와서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영화 참여 계기를 밝혔다.
로이 콘의 무미건조한 표정 속에 인생의 등락을 모두 담은 배우 제레미 스토롱도 강렬하다. 그는 미국 드라마 '석세션'으로 2022년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를 제치고 골든글로브 TV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XXL 사이즈' 요가강사의 비극…'바퀴벌레 소굴'서 일어난 일 | 중앙일보
- '불륜 논란' 강경준 용서한 이유 묻자 장신영이 한 말 | 중앙일보
- “미모의 보살, 군에 돈 뿌린다” 간첩? 전두환 처가 식구였다 | 중앙일보
- 멕시코 시장, 취임 6일 만 참수당했다…마약 카르텔 소행 추정 | 중앙일보
- '흑백요리사' 우승 나폴리 맛피아 "건방지고 부족했다" 사과 | 중앙일보
- "세종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석사 학력 직접 정정한 여배우 | 중앙일보
- 정해인·정소민, 드라마 끝나자 발리 동반 출국…"열애? 해프닝" | 중앙일보
- 우지원 "전 아내와 다투다 경찰 출동…결정적 이혼 사유 아니다" | 중앙일보
- "내가 쌌지만 정말 심하네" 지독한 그 냄새, 암 신호였다 | 중앙일보
- 배우 이영애 "명예훼손" 고소한 사건, 서울고검 직접 재수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