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국장 사망이 이재명 탓? 국감 파행으로 만든 정승윤의 한 마디

김시연 2024. 10. 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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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정무위] 카톡 대화 당사자도, 유족도 아니라는데... 야당 상대 고소·고발 압박 발언도

[김시연 기자]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헬기 사건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의 이 한 마디가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만들었다.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권익위 국정감사에서 정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담당했던 김아무개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사망 경위를 놓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지문 이사장 카톡 근거로 "이재명 사건 탓"... 대화 당사자는 "김건희 사건 탓"

최근 공개된 지난 9월 9일 권익위 전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정승윤 부위원장은 당시 고인이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8월 6일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근거로 "고인(김 국장)이 (이재명 대표) 헬기 사건으로 매우 힘들어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안"이라며, "이 대화를 일부 언론에서 (김 국장이) 명품 가방 사건으로 인해 힘들다고 조작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에 대해서 반드시 나중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나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던 야당 의원들도 전부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정승윤 부위원장이 국회를 겁박하고 헌법기관인 국회를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면서 "이 문제는 국회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로 이날 오전 국감은 30분 만에 중지됐고, 오후 2시에 재개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고인과 대화 당사자였던 이지문 이사장은 '심리적으로 힘들다'라는 김 국장의 말은 이 대표 사건이 아니라 김 여사 사건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유족들도 정 부위원장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고인의 유서에도 이재명 대표 헬기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는 걸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승윤 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객관적인 증거가 있느냐는 이강일 의원 질문에 "(이지문 이사장 카톡은) 이재명 대표의 헬기 사건과 관련해서 주고받은 카톡"이라면서 "카톡 내용을 객관적으로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 사망 이후 이지문 이사장이 공개한 카톡 대화가 이 이사장이 지난 8월 6일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국회의원은 대한민국 공직자가 아닌가?') 내용으로 시작된 건 사실이다. 당시 김 국장은 지난 7월 22일 권익위가 처리한 이재명 대표 헬기 사건 문제를 언급한 이 이사장 칼럼 내용에 대해 "교수님 (칼럼) 내용 좋아요. 최근 저희가 실망을 드린 것 같아서 송구한 맘입니다. 참 어렵네요"라고 말했다.

다만, 대화 후반부에서 김 국장이 "하지만 심리적으로 힘드네요"라는 대목에 대해, 당사자인 이지문 이사장은 지난 5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고인은 (권익위가 6월 9일 김 여사 사건을 종결 처리한 뒤인) 6월 말 내게 전화해 허심탄회하게 김 여사 사건 처리와 관련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고, 카톡 대화도 그 연장선에서 한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김 국장의 말은 이 대표 사건이 아니라 김 여사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승윤 "김 국장 사망, 명품 백과 무관하다고는 안 했다"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8
ⓒ 연합뉴스
이에 이강일 의원은 "이지문 이사장은 본인이 당사자이고 부위원장은 제3자인데, 부위원장이 당사자와 다른 반대적인 해석을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따졌다.

야당 의원들이 김 국장 사망이 명품 백 사건 종결 처리와 무관하다는 것이냐고 추궁하자, 정 부위원장도 이날 오후 "(명품 백 사건과) 무관하다고는 안 했다"면서 "(김건희 여사) 가방 사건, 방심위(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청부 민원 사건), 그 다음에 (이재명 대표) 헬기 사건 하면서 저도 그렇고 우리 국장도 굉장히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대통령실에서 아직 처리가 안 돼 이날 기관 증인 자격으로 국감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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