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자체, ‘신뢰 명목’ 납골 안치단 업체 선정…원천 배제 업체 ‘피멍든다?’

강희청 2024. 10. 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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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줄서기, 인맥찾기 영업에 치중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대신에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충분한 검토와 근거 있는 제품 비교를 통해 물품구매를 하는 투명행정을 펼쳐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최고의 제품을 공급하고자 하나 번번히 경쟁의 장, 그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한 업체 사장의 호소다.

경기도 내 일부 지자체들이 ‘봉안당 내 납골 안치단’을 구매하면서 ‘믿을 수 있어야’라는 신뢰를 명목으로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에 주거나 심지어는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편법으로 입찰의 최소요건인 2곳만 경쟁에 참여시킨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여러 회사 제품의 장점을 꼼꼼히 비교해 해당 지자체 주민들에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주는 행정 서비스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과 서비스 경쟁력을 통한 관련 사업의 발전에도 막대한 지장을 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평택시는 지난 8월 봉안당 내 납골 안치단(개인단 3344기, 부부단 968기)을 구매하면서 4억2000여만 원 예산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평택시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13개 이상의 회사들이 등록되어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경쟁입찰의 최소 요건인 2곳에만 제안요청서를 보냈다.

이에 경쟁 자체가 거부된 업체 중 한 곳에서 ‘불공정하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평택시는 끝내 제안요청서를 보낸 2곳에서 1곳을 공급 업체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 경쟁인 5곳 이상 제안요청했을 때 보다 약 7000여만 원(약 16% 이상)을 과다 집행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쟁에서 배제된 A업체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준과 근거의 명확한 자료 없이 2곳 특정사만을 비교 검토해 나머지 다른 회사들의 경쟁참여를 일방적으로 배제했다”며 “이는 기술력과 서비스로 승부를 하려는 업체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특정사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다른 업체에서 왜 2곳만 했느냐’고 전화가 오긴 했다”면서도 “법의 요건을 지켰다. 실적도 있고 검증된 업체,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찾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업체는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가격은 낮추고 더 좋은 품질로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방안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거기까지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업체가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수원시도 마찬가지다.

2월에 납골 안치단(개인단 3048기, 부부단 528기)을 구매하면서 3억2700여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도 최소요건인 2곳에만 제안요청서를 보내 1곳을 선정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안치단을 구매하면서 2월과 마찬가지로 2곳에만 제안요청서를 보내 1곳을 선정했다.

문제는 모두 제안요청서를 보낸 업체도, 선정된 업체도 똑같은 업체였다.

수원시 관계자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도 되지 않은 업체의 민원으로 자체 감사까지 받았지만 소명됐다. 운영기관인 수원도시공사와 협의해 결정했고, 업체 심사 과정에서도 현장에 나가 실사를 벌였다”며 업체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와 올해 제안요청서를 보낸 업체 2곳이 똑같고 낙찰업체도 똑같으니 경쟁 자체에 참여도 못한 업체에서 보기에는 충분히 의심할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선정 과정에 부정은 없었다”면서도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수긍하며 다음에는 많은 업체가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수긍했다.

경쟁에서 제외된 업체들은 한목소리로 “나라장터 쇼핑몰 등록업체는 동등조건들을 갖추고 있고, 특별히 경쟁에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면서 “행정편의주의적으로, 고민과 철저한 분석없이 이전해 했던 방식을 관행대로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 물품구매과정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 전문가는 “공정한 경쟁과 제품의 구조와 기능들을 꼼꼼히 비교평가하는 노력들이 담당 공무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면 업체는 제품개발을 통해 기술과 고기능을 갖추는 노력을 해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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