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건희 논문' 증인에 동행명령…與는 李 헬기 특혜 난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에도 김건희·이재명 두 사람의 이름이 국감장 곳곳을 뒤덮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에서 야당은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논란의 키맨인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꺼내 들었다.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선 당시 조작된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재·보궐 공천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씨가 대가성 공천과 관련해 증언한 영상을 틀며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을 정리하자면 김 여사가 명씨를 통해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당선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주가 조작 의혹을 겨눠 “검찰의 명품백 무혐의 결정은 공직자들에게 배우자를 통해 금품을 수수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것”(전현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도 BP(블랙펄) 패밀리라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있다”(김용민) 등의 공세가 쏟아졌다.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자역화폐 운영 대행사인 코나아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맞섰다. 앞서 경찰은 이에 대해 두 차례 불송치를 결정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코나아이는 상장폐지 직전 기업이었는데 경기도 지역화폐 운영 대행사로 선정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을 개시한 정무위는 개의 30분 만에 여야가 거칠게 충돌하며 파행을 빚었다. 국감에 출석한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의 “야당 국회의원들을 고발할 것”이란 발언을 놓고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정 부위원장은 ‘김건희 명품백 의혹 조사’를 종결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정 부위원장에게 “사직하면 나를 고발했던 야당 의원들을 전부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발언한 게 맞나”고 묻자 정 부위원장은 “예 그렇다”고 답했다. 정 부위원장은 9월 권익위 전원회의에서 “일부 언론에서 (권익위 전 부패방지국장이) 마치 명품 가방 사건으로 힘들어하다 사망했다고 조작 보도를 했는데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질의였다.
그러자 야당에선 “국회를 위협하는 처사”(박상혁), “야당 의원들에게 법적 조치 취한단 게 말이 되나”(천준호) 등의 반발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여당 소속 윤한홍 위원장은 천 의원에게 “나가세요. 회의를 진행해야 할 것 아니냐” 등의 고성을 지르다 정회를 선포했다.
오후 속개한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논란’으로 맞불을 놓았다. 권성동 의원은 “부산대 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과잉 진료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1월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뒤 응급의료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은 바 있다.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명옥 의원은 “부산 시민 등이 부산대병원에 가면 주치의 판단 없이 서울까지 헬기를 태워줄 수 있나. 초등학생도 특혜라고 판단할 수 있는 쉬운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날도 불출석한 증인들을 겨냥해 동행명령장 단독 발부를 이어갔다. 교육위에선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 관련 인물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에 대한 동행명령장이 야당 주도로 단독 발부됐다. 여당 의원들은 “설 교수는 전문의로부터 증언할 수 없는 정도의 건강 상태임을 증명하는 처방을 받아 정당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법사위에서도 ‘장시호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증인인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안이 야당 주도로 의결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 대한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동행명령은 증인을 국회로 강제 구인하는 절차로, 거부할 경우 국회를 모욕한 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진다. 전날 행안위에서는 대통령 관저 공사 참여 업체로 증인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21그램’ 대표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동행명령을 단독 의결하고 집행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10일 행정안전위 국감에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명태균씨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김영선 전 의원 등이 이날까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줄줄이 불출석 이유서를 제출하며 야당은 이들에 대해서도 추가 출석 요구나 동행명령장 발부를 시도할 전망이다.
여야는 국감이 정쟁으로 함몰된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렸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온갖 의혹을 ‘아무 말 대잔치’ 하듯 던져가며 정부 흔들기에만 몰두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국회의 입법권이 낭비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끝장 국감’과 ‘쌍끌이 특검’으로 구린내가 진동하는 김건희 게이트의 진실을 숨김없이 밝혀내겠다”고 맞섰다.
윤지원·강보현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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