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남민전 사건' 재심서 45년만 무죄…"다시 사는 기분"
박정희 정권 말기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준비위원회’ 사건으로 5년간 옥살이를 한 이재오(79)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재심을 신청해 45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권순형·안승훈·심승우)는 8일 오후 이 이사장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재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남민전은 1976년 민족일보 기자였던 고(故) 이재문씨 등이 반유신 민족해방운동 등을 목표로 결성한 지하 조직이다. 당시 서울 일대에서 유신 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 등을 배포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을 이유로 80여명이 체포됐으며, 이는 유신 말기 최대 공안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이사장은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후 대법원에서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이 이사장은 또다른 반정부 단체인 한국민주투쟁국민위원회(민투)를 이끌고 있었는데, 민투가 남민전 산하조직이라는 게 이 이사장의 혐의였다.
재판부는 이날 이 이사장이 남민전 활동에 가담했다거나 민투가 남민전 산하 조직이라는 근거가 없으며, 민투를 반국가단체로 볼 수도 없다며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판장이 판결 마지막에 45년전에 내가 쓴 항소이유서를 인용하겠다며 읽어줬는데 눈물이 나더라”며 “이 나이가 돼서 무죄를 받으니 억울함이 풀어지면서 세상 다시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45년 전에는 국가보안법 사건이라고 하면 완전히 사회적으로 격리되던 시기였다.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부모 형제들은 빨갱이 집안이라고 해서 손가락질 받았다”며 “사면·복권돼서 정치활동을 했지만 유죄의 전과가 남아 있어 항상 중요한 순간마다 발목을 잡았다”고 돌이켰다.
이 이사장은 2006년 한나라당 전대 경선 과정에서 “남민전 관련자를 대표로 뽑아서는 안 된다”는 공세에 직면하는 등 색깔론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발령난 뒤, 언제 또 물고 늘어질지 모르니 이제 이 사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심 신청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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