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고령층 일반 백신 효과 한계… 유료 ‘고용량 백신’ 선택 가능

민태원 2024. 10. 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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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11일부터 독감 무료 예방접종
독감 백신 접종 장면. 오는 11일부터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고령층은 유료지만 방어 면역력을 훨씬 높인 고령자 전용 백신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뉴시스

표준 백신 대비 24.2% 예방 효능
폐렴·심폐질환 발생률도 감소시켜
면역증강제 넣은 백신도 효과
최대 1년까지 면역원성 유지
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 가능

오는 11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어린이와 임신부 접종은 이미 진행 중이다. 노인들은 면역 노화, 신체 쇠약, 기저 질환 등으로 인해 독감에 걸리면 폐렴 같은 합병증 위험이 많이 증가하고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예방 주사를 맞아 건강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

최근엔 일반(표준) 독감 백신보다 방어 면역력을 훨씬 높인 고령자 전용 백신도 나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대한감염학회는 지난해 개정한 성인 예방접종 지침을 통해 고령자에게 높은 항체 반응을 유도하는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유럽 호주 등 다수 해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런 고면역원성 백신은 아직 국가 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되지 않아 유료로 접종해야 하고 일반 백신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백신에 만족을 못 하는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면역원성 백신, 기존 백신 한계 개선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으로는 고용량 백신(에플루엘다 테트라)과 면역증강 백신(플루아드 쿼드)이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허가받은 고용량 백신은 표준 용량 독감 백신보다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한 것으로, 이번 절기 첫선을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행을 예상한 A·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모두 예방해 주는 4가 백신이다.

독감 백신의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확인하려면 면역원성(면역반응 유도 능력)뿐 아니라 표준 용량 백신과의 비교를 통해 실제로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수년에 걸쳐 심혈관질환이나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 감소를 확인하는 연구 또한 필요하다. 고용량 백신은 유일하게 해당 연구를 거쳐 효과를 입증받았다.

65세 이상 3만1989명 대상으로 두 절기에 걸쳐 진행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에서 표준 백신 대비 24.2% 더 높은 독감 예방 효능을 보였다. 독감 관련 폐렴 질환과 심폐질환 발생률은 각각 39.8%, 17.7% 감소시켰다. 또 해당 백신의 실제 임상 근거 연구(RWE)에서 독감 및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을 표준 백신보다 64.4% 더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폐질환에 의한 입원율은 16.7%, 모든 원인 관련 입원율은 8.2% 낮췄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65세 이상에서 고용량 백신의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독일 백신위원회는 60세 이상에서 우선 접종을 권고한다. 해당 백신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3개국(6월 기준)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정희진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고령층은 면역 노화로 백신 접종에 대한 면역 반응이 감소해 기존 백신의 효과가 제한적인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고용량 독감 백신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경우 표준 독감 백신이 60~90%의 예방 효과를 보이지만, 고령자에게선 그 효과가 17~53%까지 줄어든다. 백신 접종 후 항체 생성이 건강한 성인 대비 고령층에서는 40~8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면역증강 백신은 적은 항원으로도 면역세포가 더 많이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별도의 면역증강제를 넣은 형태다. 지난 절기부터 사용된 면역증강 백신은 스쿠알렌에서 추출한 면역증강 물질(MF59)을 함유해 면역 반응의 크기와 폭, 기간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면역증강제를 통해 ‘교차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유행 바이러스와 백신 균주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백신 효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점이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박은주 가정의학과 교수는 “접종 후 최대 1년까지 면역원성을 유지할 수 있고 6개월 이후 면역 반응이 줄어드는 기존 독감 백신보다 더 오랜 기간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가을·겨울에 이어 독감의 두 번째 유행 절정인 봄철까지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과 동시 접종

질병관리청은 이번에도 65세 이상이라면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고령층은 코로나19와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평균 대비 각각 약 10배, 7배 올라간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부작용 발생 우려로 불신감이 여전해 두 백신의 동시 접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2022~2023 절기 65세 이상 중 두 백신의 동시 접종자 24만명의 이상 반응 신고율은 코로나19 백신 단독 접종자 보다 약 40%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고용량 백신 기업 사노피의 관계자는 7일 “코로나19 mRNA백신 3차 접종을 받을 예정인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고용량 독감 백신을 동시 접종한 결과, 면역 간섭이나 안전성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대한백신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공개됐다. 코로나19 백신 기업 모더나의 의학부 아시아총괄 부사장은 지난 3월 국제 학술지(Human Vaccines & Immunotherapeutics)에 게재된 4가 독감 백신과 mRNA 백신 동시 접종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두 백신을 동시 접종하더라도 높은 면역 반응을 보였고 안전성도 허용할 만한 수준이었다. 흔히 보고된 이상 반응은 주사 부위 통증, 근육통, 피로, 두통이었고 대부분 이틀 이내에 해결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두 백신을 동시에 맞을 때 각각 다른 부위에 접종해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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