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날부터 정쟁뿐인 국감…최우선 책무는 정책과 민생

2024. 10. 8.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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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정훈 위원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국감 출석을 회피한 '대통령 관저 증축'의혹 증인인 21그램 김태영·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방적인 의결이라고 항의하며 퇴장해 국감이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뉴스1


야 “김건희 압박 국감”, 여 “이재명 방탄 국감 끝장”


안보·경제·서민 상황 위중, 나라 이끌 ‘정책 국감’을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어제 파행과 난타전으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고리로 전방위 ‘압박 국감’을 벼르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끝장을 봐야 할 것은 이재명 대표 ‘방탄 국감’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볼썽사나운 여야의 충돌로 막이 오르면서 다음 달 1일까지 802곳을 대상으로 진행될 국감이 정책·민생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될 뿐이다.

10개 상임위원회가 가동된 국감 첫날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야당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참여 업체인 21그램 김태영·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단독으로 의결, 발부했다. 김 대표가 김 여사와의 친분으로 관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 여사를 정조준한 야당의 의도가 다분한 결정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이 일방적 처리라고 반발, 퇴장하면서 감사가 한때 중단됐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여당이 대법원을 향해 이 대표 사건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고 따지자, 야당이 검찰의 기소권 악용이라 맞받는 등 국감장 곳곳에서 설전과 삿대질, 고성이 오갔다.

국감은 의회가 정부의 한 해 나라 살림살이의 잘잘못을 꼼꼼히 따져 바람직한 국정 운영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야당으로선 수권 능력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무대고, 의원 개개인으로선 의정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다. 그런 만큼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 전반을 세세히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한 제도다. 그 과정에서 성역은 있을 수 없겠지만 국정 전반보다 특정인만을 공격 목표로 설정하고 ‘심판 본부’까지 꾸려 당력을 쏟아붓는다면 정쟁에 갇혀 정책·민생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안보·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미국 대선의 향배에 따라 한반도 안보 지형에 일대 변화가 올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더해 이스라엘의 확전 태세로 중동 분쟁의 휘발성도 강해지고 있다. 자칫 국제유가라도 치솟는다면 가뜩이나 힘겨운 우리 경제에 더욱 짙은 먹구름이 끼게 된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서민의 팍팍한 삶도 악화일로다. 무엇보다 8개월째 이어진 의료공백 사태는 한시바삐 여·야·의·정 중지를 모아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내년도 경영 전략 짜기에도 바쁠 기업인을 무분별하게 불러내 호통만 치는 구태도 바로잡을 일이다. 피감기관 또한 면피성 답변과 여당 의원들의 방패 뒤에 숨으려만 해선 안 된다.

이번 국감에 실린 책임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정쟁에 허투루 낭비할 시간은 없다. 이를 외면하고 정략적 이해득실만 따진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선의의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여야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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