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과 우주] ‘두 번째 달’과 2개월 공존… 첨단과학이 선사한 멋진 밤하늘

2024. 10. 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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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크기 돌덩이 ‘2024 PT5’ 소행성
내달 25일까지 지구 궤도 내 머물러
충돌 위협 천체 찾아내는 ‘아틀라스’
인류에 더 넓은 우주 시야 갖게 해줘

지구는 몇 개의 달을 가지고 있을까. 너무 당연한 질문이라 누구나 한 개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하는 ‘소행성 지상 충돌 최종 경보 시스템’(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ATLAS)은 ‘2024 PT5’라는 이름의 소행성이 지구의 두 번째 달이 됐다고 발표했다. ‘2024 PT5’는 2024년 9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지구의 두 번째 달로 존재한다. 이 기간 동안 지구는 한 개의 달이 아니라 화성처럼 두 개의 달(그래픽)을 가진 행성이 된다.

태양계에는 현재 여덟 개의 행성이 있다. 2006년에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리면서 태양은 여덟 개의 행성을 거느린 별이 됐다. 명왕성 궤도 밖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아홉 번째 행성을 찾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그런 행성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행성 주위를 도는 천체를 위성 즉 달이라고 한다. 태양계 내 행성은 몇 개의 달을 가지고 있을까. 2022년 10월 기준으로 살펴보자. 태양에 가까운 수성과 금성은 달이 없다. 지구는 한 개, 화성은 두 개의 달을 가지고 있다. 목성은 현재 95개 그리고 토성은 무려 146개의 달을 가지고 있다. 태양계 바깥쪽에 위치하는 천왕성은 28개의 달을 지닌다. 해왕성은 16개의 달을 가지고 있다. 행성의 지위를 잃은 명왕성도 5개의 달이 있다. 명왕성과 비슷한 해왕성 궤도 천체들 주위를 돌고 있는 달의 수는 128개로 알려져 있다. 소행성들도 달을 가지고 있다. 365개의 소행성 달이 보고됐다.

행성이나 다른 천체 주위를 도는 천체를 달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그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목성의 달은 현재 95개다. 궤도가 파악되고 이름이 붙은 달이 그렇다는 말이다. 실제로 목성 주위를 돌고 있는 작은 천체들은 훨씬 더 많다. 얼마나 작은 천체들까지 달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명확한 한계는 없다. 시간이 지나 목성 주위를 도는 좀 더 작은 천체들의 궤도 요소가 확정되고 이름이 붙으면 목성의 달의 수는 쉽게 100개를 넘길 것이다. 얼마 동안 행성 주위를 돌아야 달일까. 이것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 행성 주위를 도는 모든 달이 행성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같이 태어난 것은 아니다. 많은 달이 행성과 함께 형성됐지만 태양계 공간을 떠돌던 소행성이 나중에 행성의 중력권으로 들어왔다가 잡혀서 달이 되기도 했다. 다른 달들과 달리 공전하는 방향이 반대인 달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찬가지로 행성 주위를 돌다가 튕겨져 나가는 달도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행성 주위를 돌아야 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명확한 기준은 없다.


지구와 달은 46억년 전에 당시 존재하던 원시지구와 화성 정도 크기의 다른 원시행성이 충돌해 파괴됐다가 다시 뭉치면서 생겼다. 달은 지구와 같은 시기에 태어나 지금까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지구의 달이었던 천체는 없을까. 소행성 ‘2024 PT5’는 두 달 동안 지구의 두 번째 달로 존재한다. 물론 이 천체를 지구의 두 번째 달로 정식으로 인정하느냐는 것이 쟁점일 수 있다. 달을 규정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질문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 기간 동안 한 천체가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궤도를 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이 천체를 달이라고 부르든 말든 말이다. 소행성은 보통 화성과 목성 사이에 모여 있으면서 태양 주위를 돈다. 소행성 중에는 목성의 공전궤도와 비슷한 궤도 위에 모여서 집단으로 태양 주위를 돌기도 한다. 지구의 공전궤도와 비슷한 궤도 위에 모여서 태양 주위를 도는 소행성들도 있다. 이들은 지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근지구천체라고도 부른다. 이들 중 일부가 지구로 가깝게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구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지구위협천체라 부른다.

소행성 ‘2024 PT5’는 말하자면 근지구천체인 것이다. 크기가 10m쯤 되는 작은 돌덩어리인 지구의 두 번째 달은 두 달의 짧은 기간 동안 지구의 중력장 속에 머무른다. 2055년에 다시 한번 지구의 달이 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를 또 기약해 본다. 근지구천체 가운데 한때 지구의 달이 됐던 또 다른 소행성이 있을까. 소행성 ‘2022NX1’은 1981년에 지구의 달이 됐다가 2022년에 다시 달이 됐던 적이 있다. 지구의 두 번째 달이 이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지점에 있다. 근지구천체 중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이 많다. 크기가 너무 작거나 지구에서 바라보는 태양에 너무 가까운 곳에 위치하면 근지구천체를 발견하기 힘들다. 크기가 10m에 불과한 작은 돌덩어리가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이 됐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런 작은 천체를 발견해 낼 수 있는 과학과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 더 큰 수확이다. 소행성 ‘2024 PT5’는 이번에는 지구의 달이 됐지만 다른 시점에서는 지구를 위협하는 지구위협천체가 될 수도 있다. ‘소행성 지상 충돌 최종 경보 시스템’ 아틀라스가 앞으로도 잘 작동해 더 많은 지구의 달을 발견하고 지구를 위협하는 천체를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으로 정착했으면 좋겠다. 아쉽지만 소행성 ‘2024 PT5’는 너무 작아 일반인이 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두 번째 달로 이 소행성을 반겨주면 좋겠다. 이왕이면 조금 더 큰 소행성이 지구의 중력장에 잡혀서 훨씬 더 오랜 시간 지구의 달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눈에 보이는 두 개의 달이 따로 또 같이 보름달로, 반달로, 초승달로 밤하늘에 뜨는 멋진 밤하늘의 풍경을 상상해보니 흐뭇해진다.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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