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공천 개입 있었나… 공천 텔레그램 대화 있었지만 실제 영향력 행사 여부는 모호
괴소문 돌자 용산서 수차례 경고
野, 특검 공세 채비… 檢수사도 변수
김건희 여사를 둘러싸고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은 향후 정국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의혹의 ‘스모킹 건’을 찾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일단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국정감사장에서 어떤 새로운 의혹이나 증거가 튀어나올지 긴장하는 표정이다. 의혹의 얼개와 엇갈리는 입장, 전망 등을 정리했다.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관련 공천개입 의혹은 핵심 인물 명태균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담당자였던 강혜경씨와 한 전화통화에서 비롯됐다.
강씨는 명씨가 같은 해 5월 9일 자신과 통화하며 “사모(김 여사)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고 말한 녹취를 뉴스토마토에 제공했다. 명씨는 통화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김 여사 초청 자격으로 참석했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일 김 전 의원 공천을 확정 발표했다.
명씨와 김 여사의 공천 관련 대화는 올해 4·10 총선을 앞두고도 있었다. 명씨는 지난 2월 김 여사와의 통화를 언급하며 김 전 의원이 창원의창 지역구 경선에서 컷오프됐다는 사실을 강씨를 통해 김 전 의원에게 알렸다. 명씨는 김 전 의원에게 김해갑으로 옮겨 출마할 것을 제안했다. 또 김 여사에게는 “지난 대선 때 몸이 부서져라 대통령을 도왔다”며 김 전 의원을 경선이 아닌 ‘단수 공천’ 해 달라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여사는 “기본 전략은 경선이 되어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이 약체 후보들을 만나서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답신을 한 것으로 나온다.
이후 김 전 의원은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를 선언했지만 컷오프돼 선거에 나서지는 못했다.
명씨의 실체에 대해서는 당사자와 관련자 말이 엇갈린다. 그러나 언론 등에 공개된 녹취와 텔레그램 메시지, 주변 사람들의 발언으로 보면 명씨와 김 여사가 공천 관련 대화를 나눴던 흔적은 분명히 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첫 대면은 2021년 상반기 무렵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이 국민의힘 당대표에 오른 직후인 2021년 7월 서울 서초구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서 명씨가 배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났다고 말했다.
강씨는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윤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고 계속 졸랐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여론조사를 진행하며 지지율 흐름을 분석하고, 전략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에게 접근한 것으로 본다. 명씨 스스로도 자신을 윤 대통령 당선을 물밑에서 도운 ‘그림자’라고 표현했다.
명씨는 여러 언론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자신과 윤 대통령 부부의 ‘친밀한 관계’는 과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수시로 방문했다는 언급도 했다. 윤석열정부 첫 총리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추천하는 등의 국정운영 관련 조언을 할 정도로 가까웠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명씨는 대선이 임박한 2022년 2월 윤 대통령과 안철수 당시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한 정황이 담긴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권은 대체로 명씨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부풀린 것으로 의심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대선 당시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깝게 지냈지만 대선 후에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간단한 인사 정도를 나누는 사이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명씨로부터 특별한 조언을 듣거나 활발한 소통을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자택 방문은) 여러 사람들이 집에 드나들 때 한두 차례 정도 본 것”이라며 “김 전 의원 공천 문제도 ‘경선에서 선출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원칙적 얘기를 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명씨가 김 여사와의 관계를 내세우고 다닌다는 풍문이 돌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명씨를 수차례 직접 찾아가 경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여권은 현재까지 나온 의혹만으로 김 여사 공천개입을 주장하기에는 허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2년 6월 선거 때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을 맡았던 윤상현 의원은 당시 경남 지역에 여성 의원이 없었고, 김 전 의원이 2017년부터 경남에서 활동한 점을 두루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올 4·10 총선의 경우 김 전 의원이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김 여사가 단수공천 요청에 선을 그은 점에서 개입 의혹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을 고리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및 총선 공천, 대선 등에 기웃거릴 당시는 이미 사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됐을 때다. 유력 정치인들이 이런 명씨를 가까이했다는 점 자체가 그 배경에 의구심을 키운다.
명씨와 강씨, 김 전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여러 상임위원회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민주당은 핵심 제보자인 강씨 등이 국감장에 서면 김 여사 이슈가 더욱 부각되고, 공세 수위를 높일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공천이나 이권 관련 김 여사의 육성 등이 새롭게 폭로되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
검찰 수사 역시 변수다. 창원지검은 지난달 30일 명씨와 강씨, 김 전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압수물을 분석하는 중이다.
정현수 정우진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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