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식사 꼭 해야 하나요” 예비부부의 고민 [사연뉴스]

박은주 2024. 10. 8. 00: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시간 정도 호텔 커피숍에서 차 마시고 헤어지면 안 되나요?”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신부라는 글쓴이는 상견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죠.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상견례 때문에 의견 다툼이 생겼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상견례를 간소화하고 싶다는 입장, 예비남편은 양가 부모님과 식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앞서 양가 부모님과 예비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며 첫인사를 나누는 게 보편적입니다. 코스 요리가 나오는 한정식 식당 같은 곳에서 1시간 이상 시간을 갖게 되죠. 혼수, 예식 비용 등 결혼식 준비와 관련한 대화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에 대한 덕담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격식 있는 식당을 찾다보니 식사 비용은 1인당 6~7만원대부터 10만원 이상까지 고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상견례도 하나의 허례허식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첫 인사를 위해 굳이 값비싼 식사가 필요하냐는 것입니다.

글쓴이도 비슷한 생각이었던 듯합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첫 만남이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사이에 대화 주제를 찾기도 어려울 텐데 1시간씩이나 식사를 해야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글에는 불과 몇 시간새 80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당연히 식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서로 동의한다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서로 합의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는 결혼식 예약한 호텔에서 커피 마시는 걸로 상견례 했어요. 모두 부담 없고 좋다고 하셨어요.”

“정해진 건 없어요. 사정에 따라 다르죠.”

“상견례 글에 참견하는 댓글이 70개가 넘네요. 대부분 식사해라…. 나이 들고 보니 제일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신랑신부가 왜 그리 절차에 연연해야 했을까 후회되더군요. 제 자식들이 이제 결혼할 나이인데 너희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할 거예요.”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요. 7년 차 웨딩플래너인 A씨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식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쪽에서 간소화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다”며 “다만 메뉴는 일식, 중식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차를 마시는 것보다 식사가 여전히 적절한 방식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음식이 나올 때 잠시 대화를 쉴 수 있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양가 부모님에게는 식사 자리에서 하는 상견례가 익숙할 것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무엇보다 격식을 갖춰 첫인사를 나누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대화 내용 역시 예비부부가 중간 역할을 잘 한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상견례에서 나누는 대화는 주제가 다양한 게 아니라 대부분 결혼식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매너만 잘 지키면 된다는 것이죠. A씨는 대신 “말 한마디로 파혼하는 경우도 있다”며 “단어 선택이나 표현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A씨도 “양가가 합의했다면 식사 대신 차를 마시는 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결혼식 준비는 형식에 연연하는 것 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진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입니다.

A씨는 “차로 대신하고 싶다면 신랑신부끼리 합의한 뒤 양가 부모님께 통보하는 것보다 양가 부모님께 먼저 의견을 물어본 뒤 조율하는 게 좋다”며 “핵심은 통보가 아닌 대화”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