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류 판매 공방…“한국만 규제”“미성년자 접근”
한국에서 전통주를 제외한 소주·맥주·와인 등 주류는 온라인으로 살 수 없다. 산업계에서는 온라인 주류 구매 제한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미성년자의 주류 구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7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온라인을 통한 주류 통신판매는 국세청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라 전통주를 제외하고 모두 금지된다. 예외적으로 음식 배달 시 주류 금액이 음식 주문금액의 50% 이하일 경우에 같이 받을 순 있다. 주류만을 온라인으로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주류업계에선 통신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핵심 근거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폴란드 등 2개국만 통신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최근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통한 주류 구매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만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국내 업계에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주류의 해외 직구 규모는 2018년 26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394억5700만원으로 5년 새 15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통신판매 범위가 확대되면 자칫 미성년자의 주류 구매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이미 해외 직구의 경우에도 미성년자가 부모 등 성인의 개인통관 고유부호를 받아 주류·담배 등을 살 경우 통관 단계에서 거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주류 구매·배송 허용 시 ‘미성년자 술 구매 증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77%로 가장 컸다.
이런 논란 속에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주류 통신판매 허용에 따른 폐해가 더 크다는 취지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국세청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해외 각국의 주류 온라인·통신 판매 현황 및 기타 규제사항 연구’ 보고서에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한국의 주류 접근성이 이미 OECD 회원국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통신판매가 가능한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교육기관, 대중교통 내, 공원 등의 장소에서 음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하지만, 한국은 지자체 재량권에 맡기는 등 장소 규제가 없다시피 하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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