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직장인 연봉 노리는 큰 도둑과 작은 도둑

김동호 2024. 10. 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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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요즘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억대 연봉이라면 임팩트가 컸습니다. 직장인에겐 성공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1억원은 예전만 한 긴장감을 주지 않습니다. 우선 물가가 많이 오른 탓이 클 겁니다. 해마다 물가가 2% 오르면 1억원의 가치도 그만큼씩 떨어집니다.

이런 이유보다 더 큰 ‘연봉 도둑’은 낡은 세금 체계입니다. 오래 전 규정된 과세표준이 지금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과세표준은 연봉에서 소득·세액공제를 차감한 뒤 실질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대상입니다. 예컨대 연봉 1억원에 각종 공제 1500만원을 받은 후 과표가 8500만원이라고 가정하죠.

과표가 요지부동이면 연봉이 꽤 올라도 세금도 많이 늘어납니다. 과표가 8800만원이면 소득세율 35%가 적용됩니다. 그 바로 아래 구간은 24%가 적용됩니다. 연봉이 1억원→1억1000만원이 됐다면 과표가 8800만원을 넘게 될 겁니다.

그러면 8800만원 초과는 세율이 24%→35%로 뜁니다. 주민세 10%를 가산하게 돼 있어서 실질 세금은 26.4%→38.5%로 늘어납니다. 연봉 1000만원이 늘어도 임의로 단순계산하면 세금으로 385만원이 원천징수됩니다. 외형상으로 연봉이 1000만원 올랐지만 세금이 왕창 빠져나갑니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상 장바티스트 콜베르는 “세금 징수는 거위의 털을 뽑는 것과 같다”는 나쁜 격언을 남겼습니다. 국민을 뜻하는 거위가 알듯 모를 듯 할 정도로 거위 털(세금)을 뽑아낸다는 뜻입니다. 국민을 거위 취급하기엔 과표가 너무 오래됐습니다. 손에 쥐는 소득이 늘어나면 국민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소비를 자극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소득세 과표를 물가상승률만큼이라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동호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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