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작심 발언 "사업 키울 것, 파운드리 분사 관심 없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분사설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업을 키울 것이고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며 이를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이재용 회장이 파운드리나 시스템 반도체 사업 분사를 고려하는지 묻는 기자 질의에 “사업을 키우려는 열망이 크다(We are hungry to grow the business)”라며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에 동행 중이며, 이날 열린 한-필리핀 비지니스 포럼에 참석해 현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는 것이다.

최근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이 추락하며, 삼성전자도 사업별 경쟁력을 위해 설계·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업계와 증권가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왔는데, 이 회장이 직접 공식 입장을 밝히며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현지시각) 마닐라 한 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는 2013년 위탁제조인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으나 이 분야 시장점유율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좀처럼 좁혀 지지 않고 있다. 적자폭도 커져 올해도 수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점유율에서 삼성전자(11.5%)는 TSMC(62.3%)와의 격차가 50.8%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TSMC와의 협력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추격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근 국내외 증권사들의 부정적 전망까지 잇따라 나오며 주가도 휘청이고 있다.

이 회장 발언에 대해 업계에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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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황변화로 힘들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새로 짓는 반도체 공장에 관련해서도 “상황 변화로 다소 힘들어졌다”라고 말했다.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짓는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으로, 당초 올해 말에서 2026년으로 가동 시점이 연기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재용 회장이 작심하고 구체적 사업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한 것에 주목한다. 그간 기자들의 질문에도 날씨 등 얘기로 직접 발언을 철저히 피한 것과 달라진 행보라서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2주간의 프랑스 파리 올림픽 출장 후 귀국 때도 출장 성과를 묻는 말에 이례적으로 “실적으로 보여야죠”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번 발언은 더 나아가, 삼성 반도체의 양대 핫 이슈인 파운드리 분사 여부와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 진행상황 등 구체 사업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지난 5월 전영헌 부회장으로 수장을 전격 교체한 후 내부 조직 정비에 나섰고, 연말 큰 폭의 인사 개편도 예상된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