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인권위… '학생 휴대전화 수거 교칙 문제없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7일 학생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학칙에 명시한 고등학교에 대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인권위가 그동안 교내 휴대전화 수거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던 것을 뒤집는 내용이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실에서 전원위를 열고 '고등학교가 학칙을 근거로 일과 시간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보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안건을 비공개로 논의하고 표결했다. 10명이 참석한 이날 전원위에서 안건은 8대 2로 기각됐다.
기각을 주장한 측은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교사들의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나 미국 플로리다주 오렌지 카운티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사례 등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용 측은 학칙에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명시한 것이 학생들의 자기표현을 제한할 수 있으며, 그동안 휴대전화 수거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해온 인권위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것을 우려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도 학칙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이번 결정이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결정문을 신중하게 작성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통상 인용 안건에 대해 결정문을 작성하는데, 이 결정문은 관련 안건의 조사 근거로 삼는 결정례가 된다.
각하나 기각 사건에 대해서는 보통 결정문을 작성하지 않지만,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결정문을 작성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전남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은 '학칙을 근거로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쉬는 시간·점심시간 등에도 사용을 막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35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에서 활동하는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권위는 20년 동안 여러 번 휴대전화 수거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는데, '그때는 (인권침해가) 맞고 지금은 아니다'라는 것인가"라며 "20년 뒤로 퇴보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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