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재명 재판 지연” 野 “김건희, 후보자 매수”…대법원 국감서 대리전

김준영, 최서인 2024. 10. 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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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와 재판을 두고 대리전을 벌였다.

국정감사 첫 날인 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대법원 법원행정처 및 사법연수원·사법정책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기소 후 1심 선고까지 799일 걸린 점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170석 거대 야당의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재판을 지연시켜도 되는가에 대해 굉장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의원도 “선거법상 1심 선고는 기소 후 6개월 이내에 해야 하는데, 이 대표 선고는 다른 사건보다 몇배나 처리가 지연됐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선거법 규정을 지켜달라고 권고문을 보냈는데, 재판 기간이 잘 체크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은 신속·공정·충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개별 사건에 대한 당부는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최근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 변경 신청한 것과 관련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유죄 선고한 재판부가 이 대표를 심리한다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재배당 요청을 한다. 이것이 재배당 사유가 되느냐”고 지적했다. 천 처장은 “판례나 실무 관점에서는 동일한 재판부가 재판해도 위법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검사 사칭 위증교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집중 질의했다.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권오수 전 회장의 지난 12일 항소심 판결문에 “김 여사 이름은 87번 언급되고, ‘김 여사 명의 계좌는 시세 조종에 이용된 계좌로 인정할 수 있다’고 나온다”며 “판결문대로라면 김 여사가 기소됐을 경우 주가 조작범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기소만 됐다면 실형을 맞는 것인데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을 못 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쪽은 자기 마누라만 빠져나가면 (다른 사람이) 무기징역을 받든 사형을 당하든 아무 고민도 없는 파렴치한이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박균택 의원도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생기는 공백을 법원이 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천 처장은 “개별 사건은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논란도 언급했다. 김용민 의원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김대남씨가 지난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나서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으로 임명됐다”며 “만일 김 여사가 ‘총선 포기하면 어디 공사에 취직시켜줄게’ 얘기했다면 ‘후보자 매수죄’로 보인다”고 물었다. 천 처장은 “전체 맥락을 봐야 하지만 적절치 않은 행위 같다”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가 6일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국빈 방문 출국을 위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나와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사법부 국정감사와 무관하게 여야 모두 정치적 발언에 집중하면서 과격한 언사가 오가기도 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의 선거법 결심에서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데 대해 “검찰이 미쳤다”고 반복 주장하면서다. 이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 국정감사인데 서 의원이 ‘검사들이 미쳤다’는 말을 질문 중 5번 했다”며 위원장에 모욕 제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은 “모욕은 주관적인 영역이라, 제가 서 의원을 제기하기에 상당히 거시기하다”며 응하지 않았고, 서 의원은 이어 “제가 모든 검찰이 미쳤다는 게 아니고 이 대표 재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한 일부 검사의 행위를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다시 “정 위 원장이 편파 진행을 한다”는 취지로 반발하는 등 소란이 일었다.

한편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법관 증원을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취임 때부터 재판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그는 “우리나라 법관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부족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국민이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법관 및 연구원 등 필요한 인력 확충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준영ㆍ최서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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