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여덟 살이지만, 난타 연주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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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다녔던 에어로빅학원에서 허리를 다쳐 그만두면서 시작한 게 난타다.
이어 "2시간씩 연습한다. 음악이 흘러나와 힘이 덜 든다. 음악에 맞춰 자기 신명대로 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체력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어느새 난타 전도사가 된 어르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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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환 기자]
▲ 장춘희 어르신(가장 오른쪽)이 손지2리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난타 연습을 하고 있다. |
ⓒ <무한정보> 황동환 |
어느날 김영순 대흥면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 너머에서 김 면장은 "고령임에도 지역 행사에서 난타 연주자로 장시간 열정적으로 공연을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며 장춘희 어르신을 소개했다.
올해 98세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장춘희 어르신은 손지2리마을회관에서 진행하는 ▲ 난타(금) ▲ 문해교실(월·목) ▲ 스트레칭(수·금)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1주일을 보내고 있다.
어르신은 오전 6시 기상 뒤 집 주위를 걷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장수비결에 대해 묻자 "주어지는대로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항상 좋은 마음을 가질려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향 예산군 예산읍에서 3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어르신은 "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때 예산보통학교 교사였다. 아버지는 훌륭하신 분이셨고, 어머니는 온순한 분이셨다"고 하늘나라에 있는 부모에 대한 특별한 추억을 회상했다.
"왜정 때 정신대 안 가려고 서둘러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역사책을 통해 알던 1945년 해방 전후 당시 우리나라의 한 단면을 생생히 듣는 듯 했다. "당시 시집가지 않은 처녀들은 정신대로 끌려간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정신대에 가지 않기 위해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1945년 여름에 결혼 날짜를 잡고 나서 보니 7월(음력) 초에 해방이 됐다"고 열아홉 이른 나이에 결혼하게 된 배경을 들려줬다.
▲ 장춘희 어르신. |
ⓒ <무한정보> 황동환 |
이어 "2시간씩 연습한다. 음악이 흘러나와 힘이 덜 든다. 음악에 맞춰 자기 신명대로 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체력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어느새 난타 전도사가 된 어르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난타 연습이 있던 날 어르신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10여 명의 마을 어르신들은 10월 1일 윤봉길체육관에서 예정돼 있던 제28회 노인의 날 기념식 공연을 위한 준비였다.
연주 음악의 템포가 어르신들이 따라하기에 빠르지 않을까 했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난타 지도 강사의 시작 신호와 함께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두 손에 쥔 북채로 일사불란하게 북을 두드리자 '두둥, 두둥둥'하는 소리를 낸다.
어르신은 일체의 흐트러짐 없이 동료 어르신들과 호흡과 박자를 맞춰가며 연신 북을 치는 표정이 진지하고 환하다. 가만히 듣고만 있는데도 웅장한 소리가 뼈속까지 전달되며 몸 안에 웅크리고 있던 기운이 되살아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래서 '난타'인가 싶고, 어르신 역시 오롯이 그 기운을 받는 듯 했다. 내년에도 또 내 후년에도 어르신의 활약 소식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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