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되면 한국 반도체 리스크…트럼프면 배터리 불확실성”

김민중 2024. 10. 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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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9월10일(현지시각) TV토론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11월5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반대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국 배터리 산업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7일 이런 내용의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선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반도체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 시장에서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기업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의 견제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구매 제한이나 관세를 높이는 방식의 견제가 완화하면 중국 디바이스 기업의 점유율 상승→중국산 반도체 수요 상승→한국산 반도체 수요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 반도체 업계의 위험 요소다.

한국의 철강·화학 산업계 입장에서도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는 게 악재일 수 있다. 노동·친환경 측면에 기반을 둔 비관세 장벽 심화로 한국의 교역 조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경고다.

다만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의 자동차·배터리·방위산업엔 ‘청신호’라고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현행 보조금 등이 유지돼 수출 호조가 지속될 거란 이야기다. 방위산업을 보면 우크라이나·나토(NATO)에 대한 미국의 지원 강화에 힘 입어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의 배터리 산업에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 거라고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현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그린뉴딜’ 정책이 폐기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다만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총선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미 국회가 IRA 폐지 등에 제동을 걸 수 있어서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후보 당선 시 한국의 미국으로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일정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기업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 생산하게 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강화하고, 관세 장벽이 두텁게 세워질 전망이라서다. 트럼프 후보는 “10% 보편관세, 중국에 대해선 60%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자동차·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철강업계의 경우 트럼프 후보가 당선(관세 장벽)되든 해리스 후보가 당선(비관세 장벽)되든 리스크의 성격만 다를 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건 동일하다.

트럼프 후보의 관세 관련 공약에 대해 산업연구원은 “초미의 관심사로 세계 무역질서에 일대 충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폭탄 수준의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면 중국 등의 ‘맞불 관세’→전 세계 교역량 급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막상 집권하면 관세 폭탄 공약을 실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친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당시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 일부에 대해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공약도 충분히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본다.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은 “오는 미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30년간 이어져 온 중국 중심의 세계 무역질서 확장 국면은 이제 종료된다”며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산업·통상 전략의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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