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OTT 페스티벌, 예산 5억으로 국제 행사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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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사흘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부산시가 공동 주최한 '제2회 국제 OTT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그러한 콘텐츠 제작·유통 창구로서의 주도권이 서서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개개인의 취향이 뚜렷해지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콘텐츠를 향유하려는 계층이 늘어나면서 OTT는 미디어 산업의 향방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위상을 더욱 높여나가려면 국제 OTT 페스티벌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사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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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사흘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부산시가 공동 주최한 ‘제2회 국제 OTT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행사는 콘텐츠 제작사와 미디어 테크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한 비공개 IR 피칭 자리였다. 피칭에 나서기 전 연신 떨리는 손으로 성호경을 그으며 기도하던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해외 각지를 돌며 촬영한 그의 피, 땀, 눈물이 담긴 콘텐츠가 세상의 빛을 보길 바라는 염원이 느껴졌다. 그의 열정에 비하면 K-콘텐츠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은 한참 부족한 듯싶다.
콘텐츠는 종합예술이다. 감독(연출)과 작가, 배우, 제작사, 투자사, 플랫폼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시나리오가 배우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투자받지 못한다면, 작품에 걸맞은 플랫폼을 만나지 못한다면, 단 한 명의 관객도 만나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만다. 수십명의 수년간의 고생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하는, 희로애락으로 가득 찬 곳이 콘텐츠 시장이다. 그러한 콘텐츠 제작·유통 창구로서의 주도권이 서서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국제 OTT 페스티벌은 ‘세계 최초 유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하지만 그에 걸맞지 않게 주어진 예산은 단 5억원. 작년과 똑같은 수준이다. 그 사이 국내 OTT 관련 시장 규모는 무려 5000억원 이상 성장했다. 참고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은 매년 100억원 이상이다. 행사 개막식과 함께 열린 OTT 서밋(정상회의)에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과 시장 주도적 글로벌 사업자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OTT 이름을 내걸고 연 정부 행사였지만 힘을 얻지 못한 것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별도의 자사 행사를 기획해 한국 영화 라인업 발표와 관련 전략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서밋이 열린 바로 그 호텔에서 ‘만나고 디플 때’라는 이름의 파트너사, 배우 등을 초대한 비공개 행사를 열었다. 한국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매출을 거두면서도 한국 정부가 주최한 행사에는 불참을 선언하며 마이웨이를 보여준 것이다.
10~50대 국민 절반 이상이 유료 OTT 플랫폼을 이용할 정도로 이미 OTT는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개개인의 취향이 뚜렷해지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콘텐츠를 향유하려는 계층이 늘어나면서 OTT는 미디어 산업의 향방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미디어 시장 속 K-콘텐츠의 저력은 더 말을 보태면 입이 아플 정도다. ‘한국에서 사랑받는 K-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 나가도 인기를 끈다’는 건 공식이 됐다. 이런 위상을 더욱 높여나가려면 국제 OTT 페스티벌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사가 돼선 안 된다. 최초 타이틀에만 연연한다면 OTT 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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