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인삼·장미·콩…각종 원료부터 친환경 행보까지, K뷰티 성장세 이끄는 힘 됩니다
전 세계에 K-콘텐트 돌풍이 거셉니다. BTS나 블랙핑크 등 K팝 가수들 노래가 해외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 플랫폼에서 국내 영화·드라마가 글로벌 상위 랭킹에 진입하는 광경도 이젠 놀랍지 않죠. 이렇듯 주류 문화로 자리매김한 K-콘텐트에 대한 관심은 K팝 가수나 배우들의 일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데요. 유튜브에선 K팝 스타들의 화장 기술을 조명하고 관련 제품을 리뷰하는 뷰티 채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K뷰티(kbeauty)’를 검색하면 게시물이 730만여 개나 나오고요. 국내 화장품이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비단 K-콘텐트의 후광 때문만은 아닙니다. 뛰어난 원료와 혁신적인 기술 덕에 지금과 같은 K뷰티 호황기를 맞을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죠. 이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내 화장품 산업의 흐름과 K뷰티의 강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오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팩토리를 찾았습니다.
‘K뷰티 대표 생산기지’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에 가다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의 첫인상은 드넓은 푸른 초원과 감각적인 건물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갤러리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본격적인 팩토리 관람에 앞서 거대한 파란 조각상이 이성빈·이시온·황민하 학생기자를 반겼죠. 스케이트를 타는 이 조각상에는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기업이 태평양을 넘어 멀리 퍼져나가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전송이 해설사가 설명했어요. 이어 "축구장 30여 개에 달하는 22만4400㎡(6만8000평) 규모 부지에 3개 층으로 이루어진 팩토리 건물과 함께 물류센터·식물원을 마련했다"며 "팩토리는 연간 1억6000만 개의 제품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소개했죠.
최근 해외 팬들이 K뷰티에 매료되면서 국내 화장품 수출이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48억20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로 나타났습니다. 10년 전인 2014년 상반기(7억9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약 6배 정도 증가한 셈이죠. 특히 최근 미국·일본 등 선진 화장품 시장에서 우리나라 색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색조 제품의 수출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색조 화장품 수출액은 6억4200만 달러(약 8724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24%나 증가한 수치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화장품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분주해진 생산 현장을 살피기 위해 3층 팩토리워크로 향했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쁜 생산 현장에 한번 놀라고, 맞은편 벽에 걸린 여러 개의 모니터를 보고 또다시 감탄했죠.
전 해설사는 "팩토리워크는 일반 투어 프로그램에선 공개되지 않아요"라며 소중 학생기자단의 취재라 공개했지만, 보안 문제로 사진 촬영은 금지된다고 강조했어요. 그러면서 여러 개의 모니터 관련 설명을 이었죠. “이 모니터를 통해 현재 어떤 제품이 만들어지는지, 오늘 몇 개를 생산해야 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어요. 오늘은 총 17만 개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오전까지 총 7만9000개를 완성했네요. 생산량은 그날 계획에 따라 매일매일 달라져요. 이곳에선 설화수 제품을 주로 만들죠. 총 20개의 생산라인의 각각 끝에는 제조된 제품의 마지막을 확인한 후 박스에 담는 직원분이 있으셔요.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바로 수습하는 최고 책임자로 중요한 역할을 하십니다.”
생산 현장을 유심히 관찰한 성빈 학생기자는 “움직이는 노란 로봇은 뭔가요?”라고 질문했죠. 전 해설사는 “AGV라는 무인 로봇이에요. 저 로봇은 현장에 설치된 라인을 따라서만 이동하는데 무거운 통이나 박스 등을 운반해주는 고마운 친구죠. 또 자기 위치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설계됐어요. AGV 로봇 덕에 직원분들의 일이 조금 더 수월해졌답니다. 그보다 조금 더 작은 AMR이라는 로봇 역시 현장 곳곳을 다니면서 직원을 도와주죠”라고 설명했어요. “저기 팔만 있는 로봇은 뭐예요?”라고 민하 학생기자가 질문하자 전 해설사는 “아크릴 박스 안에 있는 팔 로봇은 완성된 제품을 담는 박스 접는 일을 담당해요. 과거에는 제품을 담는 박스도 사람이 접었지만, 지금은 로봇이 하죠”라고 소개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2층 팩토리 아카이브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이곳에선 과거 공장에서 사용했던 여러 기기와 실험 기구, 공장에서 사용한 보관장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1954년 국내 최초로 화장품 연구실을 개설했다고 해요. 전 해설사가 "1958년 독일 알파인(Alpine) 사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에어스푼(Air Spun) 기기를 들여왔다"고 말하자 시온 학생기자는 “이 기계는 어떤 역할을 하고 무슨 제품을 만들었나요”라고 질문했죠. “굵은 입자의 먼지는 중심으로 모이고 고운 입자는 외곽을 따라 회전하는 회오리바람의 원리를 이용해 ABC분백분과 코티분 같은 고운 입자의 분백분 등을 생산했죠. 높이 12m, 무게 4t 크기로 용산 공장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에 걸쳐 설치돼 1958년부터 1980년도까지 약 30년간 제품 생산에 사용됐습니다.”
에어스푼뿐만 아니라 1960~1990년대 제품 생산에 실제 사용한 파우더 충진기, 크림 충진기, 섀도우 성형기 등 1세대 기기들도 볼 수 있었어요. 전 해설사는 “크림 충진기 도입 전에는 내용물의 용량을 사람이 직접 저울로 계량해 충전하던 방식이었으나 기기를 도입하면서 페달을 밟아 일정한 용량을 반자동 충전하는 방식으로 생산하게 됐죠. 작업자의 피로도는 줄이고 제품 생산성은 향상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해요”라면서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페달 밟기 체험을 권했어요. 당시 작업자들처럼 페달을 몇 차례 밟아본 시온 학생기자는 “재밌어요”라면서 신기해했죠.
이 같은 아모레퍼시픽의 투자와 노력은 국내 최초 화장품 수출이라는 결실을 맺게 됩니다. 1964년 8월, 아모레퍼시픽의 오스카 화장품 20여 종이 에티오피아에 수출되면서 국내 화장품 수출 1호라는 역사를 남긴 거죠. 몇백 달러에 불과한 소량·견본 수출에 불과했지만, 이는 1970년대 태국·보르네오·홍콩·일본·미국 등의 수출 길을 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죠. 1970~1980년대 공장에서 사용한 제품 표준서와 해당 처방으로 생산된 제품들이 전시된 보관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의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성빈 학생기자가 보관장 속 화장품을 가리키며 “이건 누가 쓰던 건가요?”라고 질문했죠. “학생기자단 부모님들은 아마 아실 거예요. 성빈 학생기자가 질문한 건 ‘쾌남’이라는 남성용 제품인데, 시원한 향으로 인기였다고 합니다. 과거 남자 공용 목욕탕에 많이 비치됐다고 해요”라고 얘기한 전 해설사는 1980년대 나온 자외선차단제도 소개해줬죠.
이어 전 해설사는 아모레퍼시픽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라네즈·헤라 등을 체험할 수 있는 1층 팩토리 스테이션으로 소중 학생기자단을 이끌었어요. 이곳은 화장품 제조·포장 과정 등을 볼 수 있는 미디어월과 제품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죠. 먼저 2008년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최초로 출시한 ‘쿠션’ 제품을 살펴봤어요. 콤팩트 케이스에 든 액상 형태의 파운데이션을 스펀지로 찍어 바르는데, 자외선차단제와 메이크업 베이스 기능까지 더해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척 편리해진 제품이죠. 하지만 시장에 이 제품을 처음 선보였을 땐, 의아해했다고 해요. 그동안 본 적이 없는 화장품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기술력에 힘입어 판매량이 늘어났고, 출시 7년 만인 2015년엔 국내·외에서 총 3300만 개 이상 판매되며 ‘1초에 1개씩’ 팔리는 제품으로 유명해졌죠. 2016년 3분기 기준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한 뒤 현재는 '블랙쿠션'으로 업그레이드돼 그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샤넬·맥 등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 역시 이 쿠션을 따라 한 제품을 출시하며 명실상부 K뷰티 대표제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죠. 이 쿠션은 당시 연구팀 중 한 명이 주차장을 지나다 주차확인 도장을 찍을 때 쓰는 패드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게 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습니다.
전 해설사는 "여기에 헤라 블랙쿠션이 있어요"라며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죠. 이를 유심히 보던 민하 학생기자는 요즘 화장품에 관심이 부쩍 커졌다며 여러 제품을 둘러봤어요. 그중 헤라 립스틱을 집어 든 민하 학생기자는 립스틱을 바른 후 거울을 통해 생기 있게 붉어진 입술을 이리저리 바라보며 미소 지었죠. 옆에서 성빈 학생기자가 “이 작은 파란색 통은 뭐예요?”라고 묻자 전 해설사는 “잠자는 동안 사용하는 입술 전용 관리 제품인 립 슬리핑 마스크인데, ‘바른 뒤 씻지 않아도 되는 입술 전용 마스크 팩’으로 유명해요”라면서 성빈 학생기자 손등에 살짝 발라줬죠. 성빈 학생기자는 만져보더니 “손이 엄청 부드럽고 촉촉해졌어요”라며 놀라워했죠. 시온 학생기자는 “오늘 선크림을 바르고 오지 않았다”며 자외선차단제를 꺼내 하얗게 발라 웃음을 안겼어요. 성빈·시온 학생기자가 체험한 라네즈 제품들은 최근 북미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해요. 소비자 데이터 전문업체 뉴머레이터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라네즈는 미주 시장에서 평균 56.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K뷰티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죠.
한국적 원료 찾으려 식물 1620여 종 재배·연구
화장품 체험을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은 1만8200㎡ 규모의 ‘원료식물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마치 유럽의 정원에 온 느낌이라는 성빈 학생기자는 다양한 식물에 호기심을 보였죠. “2019년 7월 18일 문을 연 원료식물원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의 실제 원료가 되는 식물 1620여 종을 직접 재배하고 연구하기 위해 운영해요. 옛날 머릿기름을 짜던 동백나무부터 제주의 황무지를 일군 차나무를 비롯해 모란·작약·무궁화 등이 전시됐죠.” 전 해설사는 입구에 들어서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학생기자단에게 “이 나무는 몇 살로 보이나요?”라고 물었어요.
민하 학생기자가 먼저 “100년 정도 된 거 같아요”라고 답하자 전 해설사는 “좀 더 오래됐어요”라고 말했어요. “그럼 300살이요”라고 성빈 학생기자가 외쳤죠. “300살까지는 아니고 150년 된 향나무예요. 이 나무는 경기도 오산 근처인 용인 기흥구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에 있었는데 식물원을 개원하면서 옮겨 왔죠”라고 말한 전 해설사는 학생기자단 키만큼 훌쩍 큰 장미도 소개했어요. “여기엔 장미 40여 종이 있는데 이 장미들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해요. 이밖에 설화수·려 등 한방화장품의 기초가 되는 하수오·백도라지 등 100여 종의 약초들도 재배 중이죠.”
실내 식물원으로 들어오자 드라이플라워로 만든 종자부터 콩·옥수수 등의 곡류에 이르기까지 여태껏 아모레퍼시픽에서 사용한 화장품 원료들을 모두 볼 수 있었어요. 실내 식물원을 둘러보던 성빈 학생기자는 “좋은 향기가 나는데 무슨 식물이에요?”라고 질문했죠. 전 해설사는 “금목서와 은목서에서 나오는 향이에요. 좋은 향으로 유명하죠”라고 설명했어요.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에서 제품 원료를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가장 한국다운 원료를 찾으려고 한 예가 바로 인삼입니다.”
전 해설사의 말처럼 아모레퍼시픽은 1960년대 ‘몸에 좋은 인삼, 피부에 발라도 좋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해 ABC인삼크림을 세상에 선보였죠. 이어 1972년 인삼의 유효 성분인 사포닌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고, 1974년 사포닌을 화장품 제형 안에 안정화시킨 진생삼미 크림을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1973년 9월 미국 하와이로 처음으로 수출된 이후 일본·미주·유럽·남미·중동 등까지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어요. 1983년에는 타국 상품의 진열 판매가 까다롭다고 알려진 영국의 하비 니콜스(Harvey Nichols)와 셀프리지(Selfridges) 백화점에 진출해 주목받았죠.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K뷰티를 이끄는 ‘한방과학연구센터’를 설립했습니다. 한방과학연구센터가 그동안 연구해 온 식물 조합의 종류만 해도 무려 3912종에 이르죠. 이를 현대 화장품에 어떻게 접목할지 연구하는 것이 이곳의 역할이에요”라고 전 해설사는 귀띔했어요.
다음으로 소중 학생기자단이 방문한 곳은 ‘국내 최초 수출 화장품’ 오스카 등 아모레퍼시픽이 그동안 출시한 화장품을 비롯해 역대 광고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관’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출발점은 동백기름이에요. 1930년대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의 모친인 고(故) 윤독정 여사는 당시 여성 필수품이었던 동백기름을 직접 만들어 개성에서 팔았는데요. 서 선대회장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기술을 토대로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모레퍼시픽 전신이자 국내 첫 화장품 제조회사인 태평양화학공업이 1945년 9월 탄생했죠. 당시 태평양화학공업은 1951년 국내 최초 순식물성 ABC포마드에 이어 1966년 세계 최초 한방 화장품 ABC인삼크림을 출시하는 등 연이어 히트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화장품 업계를 호령하게 됩니다.
이런 아모레퍼시픽의 70년 넘는 역사를 담은 사진을 살펴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의 시선을 모은 흑백사진이 있었어요. 바로 과거 화장품을 팔던 상점 사진이었죠. 아카이브관 설명을 맡은 문연수 해설사는 “요즘은 브랜드 전문 매장이나 편집숍 같은 데서 화장품을 파는데 과거에는 시장 안 잡화점이나 약국 등에서 화장품을 팔았어요”라며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널리 알렸던 ‘방문판매사원’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1960년대부터 여성을 방문판매사원으로 채용해 집·회사 등을 돌아다니면서 화장품을 판매했는데요. 당시 방판사원들은 화장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피부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미용 강사로도 활동했다고 해요. 전쟁 직후였기 때문에 여성들 피부 상태가 거칠고 좋지 않은 편이었죠. 그래서 당시에는 건성 피부 타입 제품만 출시했는데 1970년대부터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피부 상태도 좋아졌고 이때부터 다양한 타입의 화장품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70년대엔 아모레퍼시픽 지점마다 피부 수분을 측정하는 기계가 있었는데 이때 여성들 피부를 측정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건성·중성·지성 등 세분화해 제품을 출시하게 됐죠." 문 해설사의 설명처럼 70여 년간 화장품 업계를 이끈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친환경' 화두를 제시하며 새로운 미의 여정을 예고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와 관련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양재원 커뮤니케이션실 차장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친환경 화장품을 꿈꾸다
지금까지 둘러본 아모레퍼시픽 팩토리 안은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둡다는 느낌이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의아해하자 양 차장은 “이 팩토리는 친환경 설계로 완성돼 곳곳에 자연채광이 되도록 만들어서 낮에는 불필요한 조명은 꺼둬요. 그래서 좀 어둡다 느낄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죠. 그는 “건물 옥상과 주차장 일부에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에너지를 만들어 공장 운영에 써요. 또 연간 6000~1만t 정도의 빗물을 저장해 조경과 작업복 세탁 등에 사용한답니다”라며 아모레퍼시픽의 자연 친화적 행보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자연보호를 위해 또 어떤 활동을 하나요”라고 시온 학생기자가 질문했죠. “화장품 포장재 등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리필제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난해 기준으로 새로운 리필제품을 30개 이상 확대했죠. 이런 변화로 본품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 이상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플라스틱 절감 효과가 큰 제품으로는 설화수 뉴 진설라인을 꼽을 수 있어요. 이 제품은 지난해 리뉴얼하면서 플라스틱 패키지를 유리 용기로 전환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72%나 줄인 것으로 조사됐어요. 또 환경보호 활동 목적으로 제품 포장재 회수도 하죠. 오프라인 매장으로 직접 가져와도 되고 저희한테 연락하면 직접 가지러 가기도 해요.”
성빈 학생기자는 “화장품 개발에 동물실험을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모레퍼시픽도 그런가요?”라고 묻자 양 차장은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 자체 동물실험을 중단했어요. 동물실험 대신 연구소에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 임상시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라고 얘기했죠. “엄마가 쓰는 기초·색조 화장품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도 알고 싶어요.” 성빈 학생기자의 말에 양 차장은 “성빈 학생기자는 기초와 색조 제품이 뭔지 알아요?”라고 되물었어요. 그러자 성빈 학생기자는 “세수하고 바르는 로션 같은 게 기초 제품이고, 색조는 얼굴을 예쁘게 하는 제품 아닌가요?”라고 답했죠. “잘 아네요. 하하. 기초나 색조나 제품 개발 과정은 똑같아요. 다만 색조는 메이크업 유행에 따라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제품 출시 주기가 기초 화장품 라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만 다르답니다.”
민하 학생기자는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라고 질문했어요. 이에 “여러분은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양 차장이 다시 물었죠. 그러자 민하 학생기자는 곰곰이 고민하다 ”내가 봤을 때 아름답고 예쁜 게 아름다운 거 아닐까요?“라고 대답했죠. “맞아요. 아름다움이라는 건 정답이 없어요.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게 자기의 아름다움의 정의죠. 아모레퍼시픽은 이렇게 나만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를 ‘뉴 뷰티(new beauty)'라고 정의하고 개개인이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이런 자세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동행취재=이성빈(경기도 산의초 4)·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초5)·황민하(경기도 부천동곡초 6) 학생기자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저는 남자여서 샤워 후 로션 정도만 바르는 등 그동안 화장품에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취재를 준비하고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에 다녀오면서 화장품의 다양함에 놀랐습니다. 또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의 엄청나게 넓은 공장 규모가 신기했고, 그 안에 있는 많은 기계가 자동화된 걸 알고 또 한 번 놀랐죠. 자동화 공장이니만큼 일하는 사람도 몇 명 없다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식물원에 있는 무수한 종류의 식물이 화장품 원료가 된다고 하니 집에 있는 화장품이 전부 새롭게 보였답니다. 특히 공장 안에 있는 태양광 에너지를 만드는 친환경 시스템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성빈(경기도 산의초 4) 학생기자
이번 취재는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에 방문해 화장품 제조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자동화 기계들이 자기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각 기계의 역할과 지금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을 해설사분이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잘됐습니다. 원료식물원은 다양하고 수많은 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정원이었어요. 식물들이 화장품 원료가 된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죠. 그리고 아모레퍼시픽의 역사와 옛날 화장품 패키지, 광고 등을 살펴보면서 아무도 화장품에 관심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었는지 창업하고 발전시킨 분들의 발상에 감탄했습니다.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아모레퍼시픽의 소명의식을 보면서 제가 어떻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을지 찾아보기로 했어요.
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5) 학생기자
최근에 화장품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생산 전 과정을 알게 돼 신기하고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식물을 이용해 화장품을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알게 돼서 좋았고, 팩토리 내부가 굉장히 커서 인상 깊었어요. 특히 식물원 안에 1620종의 식물이 있어 놀라웠는데, 이 식물이 재료로 활용된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아카이브관에는 옛날 사진도 많았는데, 그중 그 시대의 제품을 비롯해 화장품 파는 곳, 화장법을 알려주는 모습, 화장품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인터뷰 때 태양광이 설치된 옥상 얘기를 듣고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 같았어요. 현재 이름인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가 사랑이라는 뜻이고 퍼시픽이 옛 이름인 태평양을 영어로 바꾼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소중 친구 여러분도 한번 가보는 것을 추천해요.
황민하(경기도 부천동곡초 6) 학생기자
」
글=이보라 기자 lee.bora3@joins.com,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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