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끌어내려야" 발언 3번…與 "탄핵폭주, 망나니 칼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 대표는 5일 인천 강화우체국 앞 민주당 강화군수 후보 지원 유세에서 “일을 제대로 못 해서 더 나은 사람이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어지면 선거에서 바꿔야 한다”며 “선거를 못 기다릴 정도로 심각하면 도중에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자기들의 범죄를 숨기고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데 권력을 쓰면 여러분이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며 “말해도 안 되면 ‘징치’(懲治·허물을 가려내 벌을 줌) 해야 한다.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열린 정책협약식에서도 “대리인이 잘못하면 책임을 묻고,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중간에 끌어내릴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하루 “끌어내려야”란 말을 세 번 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발언을 “대통령 탄핵을 노골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건 22대 국회 개원 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였던 지난해 9월 “링 위 선수가 잘못하면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라고 했지만, 당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단식하던 중이라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다.
이 대표 발언은 점점 세지고 있다. 앞서 3일 부산 유세에서 “경제·민생·안보·외교를 망친 책임을 묻고, 심판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고, 지난달 30일 영광군수 지원 유세에서는 “총선이 1차 정권심판이었다면 보궐선거는 2차 정권심판”이라고 했지만 “끌어내려야”는 식의 말은 안 했다.
이 대표의 변화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4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기점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최소 4표가 이탈했을 만큼 여권 균열이 감지됐고, 특검법 폐기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졌다”며 “탄핵 여론이 고개를 들자 이 대표의 발언이 세진 것”이라고 말했다. 10·16 재선거에서 정권심판 정서를 키우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친명계 인사는 “선거를 앞두고 정권심판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발언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 직후 부산 금정구청장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서 “(이 대표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를 앞장세우면서 이 선거판을 정쟁의 장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며 “임기 도중에라도 끌어내리겠다는 발언으로, 탄핵을 명백히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민주당 의원이 시민단체 ‘탄핵의밤’ 국회 대관을 주선한 것을 예로 들며 “모두 이 대표 속내에 따른 것이란 걸 명확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도 “망나니 칼춤 추듯 탄핵의 칼을 마구 휘두르다 그 칼에 누가 베일지 국민 걱정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이 대표가 두 건의 1심 재판이 있는 11월이 다가오니 제정신이 아닌 모양”(서범수 사무총장), “여의도 대통령 행세를 하는 이 대표의 탄핵 폭주 중”(나경원 의원), “이 대표가 본인의 정치생명을 끊어 놓을 두 건의 1심 재판 유죄판결이 두려운 나머지 탄핵몰이 선동에 나섰다”(김기현 의원) 같은 비판이 잇달았다.
논란이 일자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6일 “‘일을 못 하면 언제든 교체한다’는 이 대표의 대의민주주의 일반론을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로 둔갑시켰다”며 “한 대표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없으니 탄핵을 시사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역풍 우려에 슬쩍 말 바꾸기에 나선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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