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핵 탐지 수준 높이겠다” 울릉도 수십억 장비 4년 방치
북핵 탐지 수준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울릉도에 설치한 국산 핵 탐지 장비가 제 기능을 못 한 채 4년간 방치되다시피 하다 최근 성능 검사를 이유로 회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13년 7월부터 2018년 4월까지 22억7500만원을 들여 핵 실험시 검출되는 물질인 제논을 탐지할 수 있는 ‘젬스(XeMS)’라는 장비를 개발했다. 그러나 원안위 감사 결과 젬스는 스웨덴 제논검출기의 핵심 기술과 부품을 모방한 것으로 드러나 기술 분쟁을 우려해 울릉도 배치를 미뤘다.
이후 2억4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들여 젬스 개량품을 만든 뒤 2020년 6월 울릉도 나리 분지의 군부대에 설치했다. 그러나 개량품은 별다른 결과 데이터를 내놓지 못했고, 국산화 정도에 대한 답변도 불명확했다. KINS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연구 부정행위 등으로 질타를 받았다.
이후 개량품을 자체검증한 KINS는 ‘연구 부정 행위 없음’ 등의 결론을 내렸으나, 성능 검사 결론을 못 내렸다. 국감을 3개월가량 앞둔 7월 젬스 개량품을 해체한 뒤 KINS 본원에서 성능시험을 다시 시작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대전경찰청 안보수사과는 6월 리베이트 혐의까지 열어두고 젬스 관련자 3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KINS 측은 “본래 이 장비는 성능 검증 전까지 공식 장비가 아닌 테스트용이었다. 울릉도에 핵 탐지 장비가 없어도 비상상황 시 현재 동ㆍ서부 측정소 외 기류 분석을 통해 최적의 장소로 이동식 제논 포집 장비를 긴급 투입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준석 의원은 “지난해 9월 원안위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제논탐지장비 울릉도 설치 목적을 보면 ‘핵실험 탐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동부ㆍ서부 외에도 추가로 동해에 배치하기 위한 제논탐지장비(이하 XeMS라 한다)를 제작하기로 정했다’고 돼 있다”며 “배치를 염두에 뒀는데 이를 테스트용이라 하는 건 명분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북한 핵 실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향후 활용 여부도 미지수인 탐지 장비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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