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문화워싱

고세욱 2024. 10. 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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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빅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공통점은 뭘까.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내세우는 '그린워싱' 지적이 이들에게 제기됐다.

워싱(세탁)을 이용한 조어의 시초는 '화이트워싱'이다.

이에 반발해 흑인 배우를 의도적으로 내세운 '블랙워싱'도 심심찮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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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연예계 빅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공통점은 뭘까. 명성을 제외하면 환경에 대한 관심일 것 같다. 스위프트는 각종 환경 단체 기부에 열심이다. 유엔 기후변화대사로도 활동한 디카프리오는 해양 및 아마존 삼림 보호 등에 수백억원을 후원했다. 최근 개봉된 에코 애니메이션 ‘오지: 사라진 숲을 찾아서’ 제작에도 참여했다.

동시에 이율배반적 모습으로도 손가락질 받고 있다. 스위프트는 지난 2월 월드투어 중 남친이 출전한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경기를 보러 전용기를 동원해 비난을 샀다. 2022년 ‘탄소 배출을 많이 한 셀럽 톱10’ 중 1위였다. 전용기는 탄소 배출량이 일반 비행기보다 최대 14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카프리오도 지난해 전용기로 1만2000마일(1만9312㎞) 이상을 누볐다.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내세우는 ‘그린워싱’ 지적이 이들에게 제기됐다.

워싱(세탁)을 이용한 조어의 시초는 ‘화이트워싱’이다. 원뜻은 더러운 곳을 흰 페인트로 덧칠한다는 건데 역할에 상관없이 백인 배우만 캐스팅하는 영화계 현상을 꼬집는 말로 발전했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전송가’에서 한국인 고아원 보모에 서양 배우를, 일본 영화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일본인에 스칼렛 요한슨을 캐스팅하는 식이다. 이에 반발해 흑인 배우를 의도적으로 내세운 ‘블랙워싱’도 심심찮게 나온다. 어쨌든 이런 워싱들은 현실을 교묘히 가리는 일임엔 틀림없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스라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가 전쟁의 진실을 은폐하는 ‘문화워싱’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스라엘 소녀가 하마스 전쟁으로 잃어버린 개를 찾는 게 주 내용이다. 시민단체들은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라고 비판했고 ‘관객과의 대화’ 일부가 취소됐다. 지난 1년간 팔레스타인인 4만여명, 최근 3주간 레바논인 1400여명이 이스라엘 공격에 숨졌다. 표현의 자유는 좋은데 한가하게 개를 찾는 일을 ‘전쟁의 비극’(감독 주장)으로 워싱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처사 아닐까.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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