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기시다, 바이든, 윤 대통령
지난 1일 이시바 시게루가 일본의 새 총리가 됐다. 전임 기시다 후미오는 3년 가까이 재임했다. 눈에 띄는 건 기시다가 짧지 않은 임기 동안 중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점이다. 불편한 중·일 관계가 읽힌다. 미·중 관계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재임 기간 중국 방문은 없을 듯하다. 11월 5일 대선에 이어 내년 1월 20일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데 그 사이 중국을 찾는다는 건 글쎄다.
한국은? 1992년 수교 직후 노태우 등 역대 대통령 모두 중국을 방문했다. 김영삼 대통령만 취임 이듬해이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취임 첫해에 중국을 방문했다. 그만큼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1월이면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되지만 중국 방문 이야기는 없다. 그보다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먼저라는 게 한국의 일반적 인식이다.
문 대통령이 이미 두 차례나 중국에 갔던 만큼 이제는 시 주석이 올 차례라는 것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내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되고 있는 모양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에 갔던 조태열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28일 만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2025년 11월 한국에 오면 윤 대통령의 방중은 이듬해인 2026년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마침 그해엔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중국에서 열리게 돼 겸사겸사 중국을 방문할 수 있겠다. 그러나 3국 정상회의는 바람을 많이 탄다. 올해 서울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도 4년을 공전하다 5년 만에 개최됐다.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 속에 내년에 일본, 후년에 중국에서 꼭 열린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2026년 들어서면 한국엔 대선 기운이 퍼질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임기 말로 중국을 방문한들 한·중 협력의 새 바람을 일으키기 힘들다.
중국도 그런 윤 대통령 초청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자칫 기시다나 바이든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겠다. 국빈 방문과 정상회담은 왜 하나? 양국 간 주요 현안을 정상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해결하는 동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가. 결국 위에 언급한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윤 대통령 임기 내 한·중 관계는 미적지근한 것도 아닌 냉랭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경제와 안보 모두 긴요한 한·중 관계가 과연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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