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정치권 ‘동상이몽’ [신율의 정치 읽기]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의 구형이 이어지면 민주당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현재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1인 중심 정당이기 때문에,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구체화는 곧바로 민주당 위기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동시에 당내 비명계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1인 중심 정당이라는 것은 맞다. 그러나 1인 중심 정당이기에 오히려 외부 위기에 대항해 더욱 단결할 수 있다. 또한, 당내 비명계 인물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 설령 구심점이 되는 인물이 있다 해도 이 대표 체제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진화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고 형량 구형이 이어지면서 민주당은 약간 당황하는 것 같다. 다만 이런 ‘당황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주류는 이미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어느 정도 대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공천 당시 ‘친명 횡재, 비명 횡사’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을 테다.
또한,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될수록 민주당은 자신들의 ‘비상 계획’을 실현하려 애쓸 수 있다. 탄핵 혹은 윤 대통령 임기 단축 시도다.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도움으로 9월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탄핵의 밤’ 행사를 열었다. 이후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강 의원 행위에 대해 일단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이를 단순한 의원 개인행동으로 치부하기 힘들다. 현재 민주당에서 다양한 탄핵 언급이 나오고 있고, 조기 대선을 치르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에는 윤 대통령 임기가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 또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당 차원에서는 탄핵 주장에 거리를 두는 것이다.
또한, 섣부르게 탄핵을 밀어붙였다 2004년 한나라당 꼴이 나기 십상이라 판단할 수 있다. 2004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부 세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결국 역풍을 맞아 총선에서 참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기억을 갖고 있는 보수층과 일부 중도층이 탄핵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탄핵을 선뜻 추진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보수층이 현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갤럽이 9월 27일에 공개한 여론조사(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안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보수층의 41%
만이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 절반 이상은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보수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60%가 넘는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보수층에서는 아직도 윤 대통령을 ‘완전한 보수 인사’로 보는 이가 많지 않다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국민의힘은 명실상부 보수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면, 보수층이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탄핵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보수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탄핵을 절대 반대하고, 진보는 정권 획득을 위해 탄핵과 같은 임기 단축을 추구하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은 조기 대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진 민주당 의원이 다수라면, 설령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다 해도 민주당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기 대선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계속 단합하며 목적을 향해 순항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10월 16일 치러지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기초단체장을 뽑는 재보선은, 일반적으로 전국적인 여론 관심을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다르다. 몇 가지 특징 때문이다. 첫째 이번 재보선은 여야 모두 새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둘째,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 중 두 곳이 호남 지역이다. 셋째, 호남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맞붙는다.
영광과 곡성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민주당이 패배하면, 이는 민주당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호남은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에 ‘정치적 정통성’을 부여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을 한 곳이라도 잃고, 여기에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민주당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조국혁신당은 두 곳 중 한 곳에서만이라도 승리하면, 민주당의 대체 세력임을 호남에서 인정받는 모양새가 된다. 이때 설사 조국 대표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간다 해도, 조국 대표는 물론 조국혁신당까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정치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영광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민주당 후보가 32.5%, 조국혁신당 후보가 30.9%, 진보당 후보가 30.1%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후보 지지율의 합이 민주당 후보 지지율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민주당 입지가 흔들림을 보여준다.
곡성 상황은 조금 다르다. 리얼미터가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곡성 거주 18세 이상 6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후보는 59.6%를 얻어 18.5%의 지지를 얻은 혁신당 후보를 4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민주, 혁신 양당은 두 호남 지역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 석이라도 더 건지려고 하고 있다. 지원금 혹은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100만원을 주겠다 혹은 120만원을 주겠다는 퍼주기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아무리 승리가 중요하다 해도, 이런 식의 퍼주기 공약은 선거의 본래적 의미를 상실케 함과 동시에 민주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행위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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