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론이 겨냥하는 삼성전자 [편집장 레터]
#9월 반도체 수출액이 136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3년에는 내내 100억달러를 넘기지 못하다 12월에 반짝 100억달러를 넘겼죠. 올해는 3월부터 100억달러를 넘더니 6월 134억달러로 급증했습니다. 7월 112억달러, 8월 119억달러로 내려가며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급기야 9월에는 최고 수출액을 기록하며 한국 9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수출만 놓고 보면 최근 업계를 휘감았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세 전환)’ 우려가 무색해 보입니다.
# 10월 2일 삼성전자 주가가 개장 직후 5만9900원까지 밀리면서 개미투자자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삼성전자 장중 주가가 6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3월 16일 이후 약 처음입니다. 맥쿼리 증권사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 심리가 바짝 쪼그라든 탓입니다. 맥쿼리는 업황 부진을 이유로 삼성전자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 전망했는데, 실제 삼성전자의 주요 아이템인 D램 9월 가격은 전달보다 17.07%, 낸드플래시는 11.44% 하락했습니다. D램 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한 것은 17개월 만이라죠.
같은 날 나온 이 두 가지 소식은 완전 다른 얘기를 하고 있죠. 추석 연휴에 나온 모건스탠리 보고서로 불붙은 ‘반도체 겨울론’이 마이크론 호실적에 이어 사상 최고 반도체 수출액으로 희석되는 듯하더니, 맥쿼리의 모건스탠리 맥을 잇는 전망으로 다시금 불붙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겨울론은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를 더 겨냥합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3분기 영업이익을 직전 분기 6조4500억원보다 1조원가량 줄어든 5조원대 중반으로 전망합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 6조8456억원이 예상됩니다. 전망대로라면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6조5000억원) 이후 최대 실적이죠. 1분기에 이어 삼성전자 DS 부문 실적을 다시 한번 앞지르는 수치고요. 이 같은 희비의 핵심은 메모리 반도체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입니다. HBM에서 앞서나가는 SK하이닉스가 훨씬 유리한 자리를 차지한 모양새죠.
이런 와중에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 감축 계획을 세우고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해당 지역 인력의 약 10%를 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미 로이터도 삼성전자 본사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직원을 약 15%, 행정 직원을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는 뉴스를 내보냈죠. 삼성전자 측은 “일부 해외법인이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일상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하는 것”이라 둘러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나날이 삼성전자 위기설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입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와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설상가상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12월 반도체 사업 진출 50년을 맞습니다.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롭게 제정하는 등 ‘정신 무장’에 나선다는데 글쎄요…. ‘정신 무장’보다 중요한 건 ‘재무 중심 아닌, R&D 중심 거버넌스’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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