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재료 얻으며 신난 아이, 이런 축제는 또 처음이네요
[김은진 기자]
가을이라 이곳저곳에서 축제가 한창이다. 지역 축제장을 방문할 때 가족 간 세대가 다른 만큼 다 같이 만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함께 갔지만 따로 노는 동상이몽 여행이 걱정이라면 예산 대흥면 의좋은 형제 축제에 가보자.
▲ 의좋은 형제 축제장 입구 볏짚미로 5일, 노란들판 가득 다 자란 벼들이 향긋한 짚내음을 풍기며 볕을 쬐고 있었다. 허수아비는 햇볕이 알곡에 부딪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움찔대는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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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의 첫 코너는 볏짚 미로였다.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논밭 사이사이에 볏짚단이 깔려 있어 신발에 진흙을 묻히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노란 들판 가득 다 자란 벼들이 향긋한 짚내음을 풍기며 볕을 쬐고 있었다. 허수아비는 햇볕이 알곡에 부딪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움찔대는 듯했고 알알이 곡식을 매달고 있는 벼들 위로 가을바람이 흘렀다. 잠자리는 투명한 날개를 분주히 움직였다.
볏짚 미로를 빠져나오자 행사 안내서를 받아 온 아이가 먼저 내 손을 끌고 체험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바로 '라면 재료 구하기 선택형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휴일 달콤한 늦잠을 반납하고 온 여행이어서 재미없다고 투덜대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 볏단나르기 5일, 예산 의좋은 형제 축제에서 아이들이 볏단나르기 행사에 참가하는 모습이다. 지게는 어른용과 아동용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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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코스는 '의좋은 핀볼' 게임이었다. 직접 게임 도구를 만든 것 같았다. 초등학교 발명대회에서 비슷한 게임 도구를 많이 보았던 것 같다. 나무 상자에 작은 못을 박아 미로를 만들고 탁구공이 튀어 나갈 수 있도록 용수철 장치도 달아 놓았다. 약간 뻑뻑한 누름판을 누르니 공이 골인 지점에 도달했다. 누가 봐도 수제품인 정감 가득 담긴 핀볼 게임을 완수하고는 햄을 받을 수 있었다.
미션 수행 도장을 두 개 받고 나니 배가 출출해져 얼른 라면을 먹고 싶었다. 다음 재료를 구하기 위해 대흥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합심일체' 코너에서는 쌀떡을 넣을 수 있었는데 줄이 길었다. 배가 고팠던 탓에 쌀떡은 포기하고 계란을 받을 수 있는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 코너 앞으로 갔다. 서리태가 담긴 접시와 비어 있는 접시가 있었다. 젓가락으로 30초 안에 8알을 옮겨 담으면 미션 완료였다. 콩이 생각보다 미끄러웠기 때문에 겨우 미션을 완료할 수 있었다. 젓가락질을 잘하니 맛있는 계란이 생겼다.
라면에 김치는 국룰이다. 한 접시의 김치 획득을 위해 '몸으로 말해요' 코너로 향했다. 아이는 좀 고민을 하는 눈치였다. 2인 1조가 되어 한 명이 몸으로 설명하면 다른 한 명은 맞추는 것이었는데 좀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가 뽑은 질문지의 주제는 야채, 과일이었다. 나는 몸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조금 말도 섞었는데 옆에서 진행하시는 분이 또 부연 설명을 해주셨다. 서로 합심해서 문제를 풀다 보니 마주 보고 웃으며 기뻐하게 되었다. 이렇게 획득한 김치는 나의 힘, 단 한 번도 라면에 김치를 빠뜨린 적은 없었노라.
이제 대망의 '볏단 나르기 코너'였다. 이곳에서는 라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필수 코스라고 봐야 한다. 지게는 성인용과 아동용이 있었다. 아이가 지게를 메어보고 싶다고 했다. 볏단을 두 단이나 올려놓고 끙끙대며 걸어가는 모습이 영락없이 의좋은 형제의 모습이었다. 아이는 지게가 생각보다 무겁다며 돌고 와서는 활짝 웃었다.
이렇게 라면 재료를 모두 획득하고 신이 나 있는데 위쪽에서 떡 메치는 소리가 들렸다. 체험으로 떡메를 칠 수 있었고 어르신들이 인절미를 만들고 계셨다. 얼른 하나씩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니 쫄깃쫄깃 달콤한 맛이 최고였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거냐고 여쭤보며 떡을 하나 더 입에 넣었다. 서리태 콩을 갈아 만들어서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콩가루에서 밤 맛이 나고 꿀이 더해진 것처럼 달았다.
▲ 의좋은 형제 라면 제작소 의좋은 형제 축제장에서 5일과 6일에 걸쳐 미션을 수행하고 라면 재료를 받는 행사가 열렸다. 볏단나르기(라면),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계란), 몸으로 말해요(김치), 고요속의 외침(단무지), 이심전심 윷놀이(만두), 의좋은 핀볼(햄), 합심일체(쌀떡)의 미션을 수행하고 스탬프를 받으면 라면 제작소에서 라면을 끓여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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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해본 미션에서 만두, 햄, 계란, 라면을 획득했고 한 그릇의 푸짐한 추억이 완성됐다. 호로록 호로록 라면을 먹으며 미션을 수행하느라 애썼던 서로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이렇게 사이좋아지는 라면은 처음이었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의좋은 가족을 만들고 사이좋은 친구를 만드는 것 같았다. 그동안 서먹한 사이가 있다면 의좋은 형제 축제에서 서먹함을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짚공예 체험과 볏짚 미끄럼틀 타기, 벨 누르고 뛰기 체험 등도 인기가 많았고 벽화그리기, 민화그리기, 우드버닝 등 다채로운 체험 부스가 있었다. 행사 기간이 4일부터 6일까지다. 라면제작소 체험은 5일과 6일 이틀간 진행된다.
▲ 벨누르고 튀어 5일, 벨이 울리면 달리기를 시작한다, 문에서 나온 사람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벨을 먼저 누르고 성공하는 게임. 사랑의 불장난이나 라면 프리패스권을 받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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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그리기 5일, 의좋은 형제 축제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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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볏짚미끄럼틀 5일, 의좋은형제 행사장에서 볏짚미끄럼틀을 타는 가족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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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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