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핵추진 잠수함 침몰 미스터리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서방, 中 방사능 유출 여부 등 사건 진상 은폐 의혹 제기
美국방부, 사고 함 中개발중인 최신형 핵추진잠수함 확인
美 전문가, “침몰 사고로 中 군 현대화 계획에 차질 예상”
지난 봄에 최신형 핵(원자력)추진 잠수함이 창장(長江·양쯔강)에서 정박 중 침몰했지만 중국 당국이 방사능 유출여부 등 사건 진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우선 군비확충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개발 중인 신형 핵잠수함이 침몰하면서 미국의 해상 전력을 따라잡으려는 중국의 군현대화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과 6월 사이에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동남쪽에 있는 우창(武昌)조선소에서 정박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함은 중국이 개발 중이던 최신형 핵추진 잠수함(SSN)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 27일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SSN은 시속 25노트(약 46.3㎞) 이상의 빠른 속도로 장시간 항해하며 수중 공격을 펼칠 수 있는 만큼 위협적이다. 이 SSN은 중국이 자체 설정한 해상 방어선인 ‘1도련선’(島鏈線)을 장악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잠수함’은 핵무기 탑재 가능 여부에 따라 핵추진 잠수함(SSN)과 전략 핵잠수함(SSBN)으로 구분된다. SS(Ship Submersible)는 재래식 잠수함을 뜻하고 N(Nuclear·핵)은 소형 원자로에서 얻은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SSBN에만 들어 있는 B는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s) 탑재를 가리킨다. 이 탄도미사일에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SSBN은 SSN보다 훨씬 크고 건조 비용도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창의 국유조선소에서 건조된 잠수함은 지난 5월 말 출항을 앞두고 장비를 갖추는 장면이 위성사진에서 포착됐다. 하지만 침몰사고가 난 직후로 보이는 6월 초에는 대형 크레인선이 잠수함을 인양하는 장면이 잡혔다. 침몰한 잠수함은 중국이 미국의 핵잠수함 전력을 따라잡기 위해 개발한 최신형 SSN인 ‘주(周)급’으로 확인됐다. 중국 해군은 잠수함의 등급에 옛 중국 왕조의 이름을 붙인다.
과거 중국의 잠수함 제조 독(dock)은 동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후루다오(葫蘆島)시에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 들어 핵추진 잠수함은 창장 중류의 우창조선소에서 주로 건조하고 있다.미 국방부가내놓은 ‘중국 군사력 보고’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인민해방군은 48척의 디젤 잠수함과 6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중국은 현재 잠수함을 66척 보유하고 있는데, 2030년까지 76척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110척까지도 예측하기도 한다”며 미국은 한때 중국 잠수함 전력을 우습게 본 적이 있었지만 이젠 중국 잠수함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확실한 경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침몰한 잠수함은 신형 주급 1호함으로 국유기업인 중국선박그룹(CSSC)이 건조했다. 기동력을 높이기 위해 구형과 달리 선미(船尾)가 ‘X자’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침몰 당시 핵연료를 싣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지만 미 정부는 잠수함이 핵연료를 싣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측은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잠수함 침몰 사고는 6월 초에 처음 전해졌다. 퇴역한 미 해군 잠수함 전투장교 출신인 톰 슈가트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이 소셜미디어(SNS)에 위성사진을 올리고 "5월29일에는 사진상 특이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6월13일 잠수함이 정박돼 있던 곳에 대형 크레인 바지선이 모여 있다"며 침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7월5일에 다시 바지선이 사진상 모두 사라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침몰된 잠수함을 인양하기 위해 바지선이 모였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1970년대부터 핵잠수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핵잠수함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련 모스크바동력학원 출신의 유학파 핵 전문가인 펑스루(彭士祿)가 1958년 중국 정부 승인을 받아 핵잠수함 프로젝트를 개시한 것이다. 1974년 중국 첫 핵잠수함인 한(漢)급 ‘창정(長征)1호’가 해군에 배치됐다. 배수량 5000t급으로 2013년 퇴역까지 사실상 중국 해양 전력의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잠수함은 서방의 재래식 잠수함보다 소음이 30~40데시벨(dB) 큰 140dB에 달했다. 2004년 10월엔 한급 잠수함이 일본 영해에 들어갔다가 위치가 발각돼 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에 한 달 동안 쫓겨 다니는 일마저 발생해 망신을 톡톡히 당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은 1980년대까지 핵잠수함 구색 갖추기에 급급했다. 1987년 최초의 SSBN인 하(夏)급 잠수함을 공개했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쥐랑(巨浪)을 탑재할 수 있는 SSBN은 미국에서도 ‘핵 3축’으로 꼽히는 전략무기인 만큼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하급은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SSBN’이란 조롱거리가 됐고, 방사능 누출 등 여러가지 성능 문제가 있었다. 네 척이 만들어졌지만 중국 해역을 거의 떠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급은 중국 핵잠수함 개발 기술발전의 도약대가 돼 중국 주력 SSBN인 진(晉)급이 2007년 취역하게 됐다. 여섯 척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진급은 배수량이 하급보다 40% 늘어난 최대 1만1000t이다. 소음 문제도 꽤 개선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미국을 긴장시킬 정도로 중국 신형 핵잠수함이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고 전해졌다. 2006년 취역한 상(商)급 SSN은 한급에 비해 소음 문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개발 중인 수(隋)급은 미국 버지니아급 SSN과 겉모습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은 한 척 건조에 최소 2조원 정도가 들어가는 핵잠수함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각국이 군비증강에 나서면서 중국이 핵잠수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영국과 군사·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결성한 호주는 지난해 미 버지니아급 SSN 다섯 척을 구매하기로 했다. 호주가 실제 보유하게 된다면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여섯 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 된다.
특히 이번 사고로 중국의 잠수함 전력 확보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퇴역한 미 해군 핵잠수함 함장인 브랜트 새들러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건조 중이던 신형 핵추진 잠수함의 침몰은 핵잠수함 부대를 증강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중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군과 현지 지방 관리들은 이 사건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중국 해군이 새로운 모델의 핵추진 잠수함이 부두에서 침몰한 사실을 은폐한 것은 놀랍지 않다”며 “훈련 기준과 장비의 품질을 둘러싼 의문을 제외하고도 이 사건은 오랫동안 부패에 시달린 중국의 군수산업에 대한 내부 책임과 감독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서해에서 잠수함 사고로 많은 인명을 잃은 적이 있다. 2003년 5월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해군 명(明)급 디젤 잠수함 361함이 기계적 결함 때문에 승조원 70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앞서 4월25일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시 네이창산(內長山)열도 부근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부가 바다 위로 잠망경이 둥둥 떠내려가는 ‘유령선’을 발견했다. 어부는 즉시 신고했고, 중국 해군이 현장에 출동해 조사한 결과 사고 잠수함은 361함으로 밝혀졌다.
군사기밀 등을 이유로 사고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08년 7월에는 중국 해군으로 추정되는 잠수함과 일본 어선이 일본 근해에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일본 어선이 가라앉으면서 4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지난해 8월에도 산둥성 인근 서해에서 잠수함이 미국과 동맹국 잠수함을 잡기 위해 설치한 체인과 앵커 장애물에 부딪혀 침몰해 55명이 사망했다는 영국 정보보고서가 폭로하기도 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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