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등 가자” 도전정신 일깨운 기분 좋은 충격 [내 인생의 오브제]
무역협회장을 지낸 故 구평회 회장의 3남인 그는 일찌감치 기업에 몸을 담았던 형(구자열 전 LS전선 회장, 구자용 E1 회장)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1982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후 대학교수로 사회에 발을 내딛는다. 그렇게 10여년을 보내다 LS그룹이 LG에서 분리된 2003년 그는 인생을 바꿀 결단을 내린다.
“아버지, 회사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교수지만 형들 못지않은 사교성을 지닌 그는 이번이 기업인이 될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 2005년 당시 실적이 그다지 신통치 않았던 산전에 입사한다. 그래도 그의 나이 48세. 타이틀은 관리본부장(부사장)이었다.
산업기계의 글로벌 트렌드를 보려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 하노버. 화창한 봄날 전시장 주변엔 어느덧 큼지막한 목련 꽃잎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기계산업진흥회 주관으로 모두 68개 한국 기업이 부스를 차렸다. LS산전의 부스 크기는 18평. LS산전은 당시 주로 판매하는 제품을 들고 갔다. 산전 제품이라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기 짝이 없다. 두꺼비집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그야말로 컬처쇼크였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격이 달랐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만든 물건 해외에 좀 많이 팔아볼까라는 마음에 제품을 전시했는데 그들은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겁니다. 안목이 달랐습니다. 나는 그야말로 완전 우물 안 개구리였죠.”
이 당시 기억은 구 회장 뼛속 깊이 각인됐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순간도 LS일렉트릭(2020년 3월 사명 변경)의 글로벌화를 잊지 않고 있다. 2005년 4월의 충격은 그렇게 미래 경영의 나침반이 됐다. 그는 3년 뒤인 2008년 사장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내뱉은 취임 일성. 생존(How to Survive)에서 성장(How to Grow)으로.
“2005년 하노버 쇼크 이후 생존에 안주하는 기업문화를 완전히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7년 이상을 망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경영을 했고 직원들은 잘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혁파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고 인수합병에 눈을 돌리게 됐다.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래 산업에 뛰어들었다. 하노버 쇼크가 가져온 또 다른 변화의 축은 시스템과 디지털화.
“2005년 하노버에서 느낀 것은 단순히 제품 기기를 전시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시스템을 선보여야겠다. 선진 기업들은 다 그렇게 하는구나라는 점을 깨달은 거죠. 그래서 올해 전시회에선 ‘빛의 여정’이라는 콘셉트를 들고 나가 LS의 시스템과 솔루션을, 지난 50년간 자동화 디지털 분야에서의 성취를 보여줬습니다. 부스 크기도 9배로 늘리고 위치도 전력업계 글로벌 선두 주자인 슈나이더일렉트릭 바로 옆에다 설치했습니다.”
구 회장은 이제 기업인으로서의 20년 여정을 돌아본다. 마침 지난 1일이 창립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디지털화, 글로벌화라는 꿈을 심었다는 게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조직원들의 도전정신을 일깨운 것이죠. 2005년 하노버는 그런 점에서 기분 좋은 충격이었습니다.”
[손현덕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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