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저 '국문학전사' 백철과 공동 집필
[김삼웅 기자]
▲ 가람 이병기 선생 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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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세이던 1958년 <국문학전사(國文學全史)>를 백철(白鐵)과 공저로 펴냈다. 제1부 <고전문학사>는 가람이, 제2부 <신문학사>는 백철이 썼다. 여기서는 제1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제1부 제1편 <려조(麗朝) 이전의 문학>은 제1장 고대문학, 제2장 삼국시대의 문학, 제3장 통일신라의 문학, 제4장 고려시대의 문학, 제2편 <근대문학>은 제1장 시가문학의 암흑기, 제2장 산문정신의 맹아기로 분류하였다.
고대사회로부터 근대까지의 우리 문학사를 정리한 통사라 하겠다. 시대별로 소제목을 붙여 각각 특색을 살리고 해석함으로써 연구자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예컨대 제2장 <산문정신의 맹아기>는 1. 시대의 개관, 2. 시조문학의 계승. 3. 잡가의 융성. 4. 산문문학의 진전. 5. 소설문학의 발전, 6. 서민문학의 대두. 7. 번역문학사 규범류, 8.고전문학의 사상적 변천이다.
이 책의 '옥에 티'라면 책머리에 실린 두계 이병도의 서문이 아닐까 싶다. 그가 식민사학자 또는 황국사관의 태두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 되었다. 1934년 이병도가 한국인 연구자들을 모아 '진단학회'를 조직할 때 가람도 참석하고, 이 학회에 적을 두었다. 그리고 해방 후 서울대학 문리과대학 교수 시절에도 함께하였다.
이병도가 <진단학보>에 <삼한문제의 신고찰> 등 식민사관의 글을 쓰는 등 친일성향을 드러냈지만, 가람은 임종국이 지적한 대로 한 편의 친일관련 글을 쓰지 않았다.
일석 이희승도 추천의 글을 책머리에 올렸다. 두 사람은 시조는 물론 국문학 연구의 오랜 동반이고, 조선어학회사건 때는 함께 옥고를 치렀다. 이희승은 "현대 시조문학의 대가 가람 이병기 형"이라 칭하면서 "필자는 이 국문학사를 집필한 두 분이 우리 국문학계에 이미 공헌한 바 많았음을 잘 알고 있거니와 금번 이 거작으로 인하여 아직 미발의 신경을 개척하였음을 못내 흠찬하는 동시에, 또한 사학(斯學)을 위하여 다행이라 여겨 마지 않는다."고 하였다.
가람은 <자서(自序)>에서 지내온 역정을 되돌리며 저술의 뜻을 밝힌다.
나는 20적부터 우리 말글에 뜻이 돌아 여러 학우들에게 듣고 배우며 한 편으로는 이런 서적들은 정성껏 구하고 모아 곁에 항상 두고 보고픈 대로 뒤적이고 또는 깨닫고 느낀 바른 적기도 하였다. 이런 지 어느 덧 60성상이 넘었다. 그래도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적으면 적을수록 더욱 그 어려움을 느끼고 이러할수록 그 즐거움을 깨닫기도 하였다. 바야흐로 창앞의 새록새록 솟아나는 난과 연의 잎들도 또한 나의 이 즐거움을 돞아주는가도 싶다.
돌아다보건대 저 몸서리치는 일제의 탄압하에 우리 말글에 뜻을 두었다는 죄 아닌 죄명을 뒤집어 쓰고 영어의 몸이 되어 모진 형벌을 당하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우리말과 글이 담겨 있는 서적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 지리 풍속 신앙 서기 미술, 이런 국학에 관한 모든 서적을 모을 수 있는대로 모았다.
국문학사는 우리 문학으로서 보는 우리 역사다. 고대 삼국 신라 고려 근대라는 역대를 지내오는 동안에 국가의 융체 흥망을 따라 문학도 변천 발전하여 왔었다. 이런 국문학을 말하던 우리 말글은 물론이고 기타 외국의 그것이며 또한 문학의 자매가 되는 모든 예술이나 학문까지라도 다 알아야 할 것이고, 또한 역사의 사실이며 고사 제도까지에도 정통하여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뜻에서 나는 나의 살을 여미고 뼈를 깎으면서라도 생명처럼 나의 장서를 사랑하고 아껴왔다. 그리고 그 속에 묻혀서 사는 보람과 즐거움을 느껴왔던 터이었다. 그러나 나는 사문학(死文學)을 찬송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 더 살릴 수 있는 생문학(生文學)을 도모하고자 나의 취재와 논지를 주로 삼았던 바이다.
이번에 다행히 비평문학계의 태두인 백철 교수가 나와 이런 뜻을 같이하여 그의 온축을 기울인 신문학사편을 합전하여 새 국문학전사를 상재함에 이르러 나의 기쁜 회포는 이루 다 이룰 수 없어하는 바이며, 또한 스스로 자랑하여 마지 아니한다.
이 전사의 고전문학사편이며 국한문학사 편은 일찍부터 경향 각 대학에서 내가 강의하여 오던 것이다. 그 재료는 각종 서적 또는 민간구전에서 광범하게 선택하여 혹은 그 대강을, 혹은 상세히 말하였고, 말심 미비하다고 생각되는 구절은 고치고 또 고쳤다.
이리하여 나로서는 오래 두고 미력을 다한답시고 했으나 또한 천려의 일실도 없을 것이야 그 어찌 바라리오. 강호 제현의 엄준한 질정과 교시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주석 1)
주석
1> 이병기, <자서>, <국문학전사>, 5~6쪽, 신구문화사, 1957.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조문학의 큰별 가람 이병기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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