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명 신청에 16만명만 선정…청년월세사업, 왜 돈 남았나
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청년 월세 사업이 까다로운 지원 요건에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은 2022년 처음 시행했지만 예산을 다 사용하지 못해 43억원이 불용 처리됐고, 지난해에는 불용액 규모가 212억원까지 늘어났다. 예산 불용은 편성된 예산을 다 쓰지 않아 삭감하는 것이다.
문제는 청년 월세를 신청하는 수요가 없어 예산을 깎은 것이 아니라 까다로운 지원 요건 탓에 사업에 선정되는 인원 자체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청년 월세 지원 사업에는 1차 신청(22년 8월~23년 8월) 때 약 30만4000명, 2차 신청(24년 2월~25년 2월) 때 약 19만1000명 등 총 49만5000명이 신청했다. 하지만 각각 9만7000명, 6만7000명만 선정돼 최종적으로 임차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청년은 16만4000명(33%)에 그쳤다.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은 부모와 따로 사는 만 19세~34세의 청년 가운데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월세 60만원 이하인 주택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월 최대 20만원까지 12개월 분의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소득·주택 요건이 지나치게 협소하게 설정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의 소득·재산 요건은 청년 본인뿐 아니라 본인과 부모를 포함한 소득·재산이 일정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본인은 소득이 중위소득 60% 이하, 재산가액이 1억2200만원 이하여야 하고, 본인과 부모의 소득은 중위소득 100% 이하, 재산가액이 4억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황운하 의원실 관계자는 “청년 소득요건만 봐도 중위소득 60% 이하면 월 소득이 134만원 이하여야 하고, 부모와 합해선 월 471만원(3인 가구 기준) 이하여야 한다”며 “올해 최저임금만 적용해도 1인 월 소득이 200만원이 넘는데 소득 요건이 지나치게 낮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득 요건이라면 하루 8시간, 주 5일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청년들조차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거주 중인 건물이 건축물대장상 주택으로 등록돼 있어야만 지원 대상이 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사회초년생은 고시원 혹은 원룸 같은 곳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시원이나 원룸은 근린생활시설 같은 상업용 건물을 거주용으로 개조한 경우가 많다. 외관만 봐선 주택과 구분이 거의 어렵다.
국토부의 청년 월세 지원 사업뿐 아니라 보증금 대출 지원 등 다른 주거비 지원 사업도 이 같은 주택 요건 탓에 탈락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의원은 “두 차례 신청 인원만 50만 명에 육박하는데 임차료 지원을 받는 청년은 절반도 안 된다”며“정부가 보다 현실성 있는 기준을 마련해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는 청년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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