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서거 100주년, 공연도 늘었고 사건도 많았다

장지영 2024. 10. 5.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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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고가 논란·캐스팅 갈등
KBS 광복절 ‘나비부인’ 방영 논란
‘라 보엠’ ‘서부의 아가씨’도 예정
올해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축제는 개막작으로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올렸다. 솔오페라단 등은 이번에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프로덕션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솔오페라단 제공


올해는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다. 푸치니는 주세페 베르디(1813~1901)에 이어 이탈리아 오페라의 왕좌를 이어받은 작곡가다. 베르디의 작품들이 대체로 박력 있고 열정적인 성향이라면, 푸치니는 여성적이고 서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데뷔작 ‘빌리’(1884)부터 유작 ‘투란도트’(1926)까지 그의 오페라 12편은 아름답고 달콤한 선율로 유명하다. 또한 “관객에게 충격을 주는 소재가 아니면 오페라로 작곡하지 않는다”는 그의 소신에서 알 수 있듯 이야기도 드라마틱하다. 특히 일본, 중국, 미국 등 당시 유럽인의 입장에서 이국적인 소재를 즐겨 다뤘다.

자코모 푸치니


푸치니는 음악사에서 베르디 이후의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잠깐 언급될 정도로 저평가받고 있다. 혁신적인 현대음악이 등장하는 20세기에도 전통적인 스타일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전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그만큼 사랑받는 오페라 작곡가는 없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 ‘라 보엠’(1896) ‘토스카’(1900) ‘나비부인’(1904) ‘투란도트’는 지금도 세계 오페라하우스에서 자주 공연되는 최고 인기 레퍼토리다. 이외에 ‘마농 레스코’(1893) ‘서부의 아가씨’(1910) ‘일 트리티코’(3부작·1918)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푸치니는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작곡가지만 서거 100주년인 올해는 그 존재감이 크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예년보다 푸치니 작품이 많이 공연되는 한편 각종 이슈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6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경기장 오페라 ‘투란도트’ 2편이 하반기에 공연된다는 발표가 잇따라 나왔다. 10월 12~19일 서울 KSPO돔(옛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솔오페라단 등이 주최하는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과 12월 22~31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에서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의 ‘어게인 2024 오페라 투란도트’다.

스타 캐스팅과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운 두 ‘투란도트’는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다. KSPO돔의 ‘투란도트’는 최고가 55만원, 컨벤션센터의 ‘투란도트’는 최고가 100만원으로 가격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두 ‘투란도트’는 출연진 섭외를 두고 갈등을 빚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투란도트 역의 마리아 굴레기나는 양측과 모두 출연을 약속했다가 결국 어디에도 출연하지 않게 됐다.

KBS가 지난 8월 15일 ‘KBS 중계석’을 통해 방송한 오페라 ‘나비부인’ 방송 화면. KBS 제공


두 ‘투란도트’의 캐스팅 갈등은 KBS가 광복절인 8월 15일 첫 방송으로 ‘나비부인’을 방영해 논란을 일으킨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나비부인’은 일본인 게이샤가 미군의 현지처가 됐다가 버림받는 이야기지만, 일본이 배경이다 보니 출연진이 기모노를 입고 나올 뿐만 아니라 일본의 기미가요와 군가의 선율을 사용했다. 시청자들은 KBS에 대해 “친일방송”이라고 비판하며 수신료 거부 운동까지 벌였고, 야당은 “친일정권의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고의보다는 무감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태는 KBS의 사과로 끝났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공연 중 테너 김재형의 아리아 앙코르에 항의하며 무대에 난입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그런가 하면 지난 9월 8일 서울시오페라단 ‘토스카’ 공연 중 스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테너 김재형의 아리아 앙코르에 항의하며 무대에 난입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게오르규는 커튼콜에도 늦게 나왔다가 일부 관중이 야유를 보내자 바로 퇴장했다. 당시 게오르규의 행동에 분노한 일부 관객은 서울시오페라단이 소속된 세종문화회관에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해프닝은 게오르규와 세종문화회관 사이에 진실 공방으로 이어졌으며, 뉴욕타임스 등에도 보도될 정도로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다.

연말까지 약 3개월이 남은 가운데 푸치니의 오페라 여러 편이 관객을 찾아온다. 두 ‘투란도트’ 외에 한국의 대표적 민간 오페라단인 글로리아오페라단이 11월 8~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나비부인’을 공연한다. 여주인공 초초 역으로 전 세계 오페라극장에서 200회 이상 출연하는 등 자타공인 한국 오페라의 대표 소프라노 임세경이 캐스팅됐다. 이어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보엠’이 11월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폐병으로 죽어가는 미미와 가난한 시인 로돌포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에서 미미 역으로 국내에서 인기 있는 소프라노 서선영, 황수미가 캐스팅됐다. 로돌포의 친구 마르첼로 역으로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이 캐스팅돼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그리고 12월 5~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 ‘서부의 아가씨’는 황금광 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유럽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을 그인 작품이다. 여주인공인 씩씩한 술집 여주인 미니 역으로 임세경이 출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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