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의 고백록] 어린 왕자가 교회에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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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떠나기로 했다는 이에게 묻는다.
"왜 교회를 떠나요?" "하나님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그럼, 정말 하나님을 안 떠날 수 있어요?" "글쎄" "그런데 왜 떠나요?" "하나님은 교회를 떠나실 것 같지가 않아서." 어린 왕자의 혼잣말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어린 왕자가 교회를 찾는다.
어린 왕자가 정작 부러워했던 것은 절의 화장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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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떠나기로 했다는 이에게 묻는다. “왜 교회를 떠나요?” “하나님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그럼, 정말 하나님을 안 떠날 수 있어요?” “글쎄…” “그런데 왜 떠나요?” “하나님은 교회를 떠나실 것 같지가 않아서….” 어린 왕자의 혼잣말이 이어진다. ‘어른들은 정말 골 때린다니까.’(생텍쥐페리 in 코리아)
한 조사에 의하면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많단다. 3040세대 이탈률이 제일 높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그들의 언어로 교회는 후지다. 그들을 붙잡을 방법이 없을까. 간단하다. 사탄의 전략을 훔쳐볼 필요가 있다. 사탄은 아담이 아닌 하와를 유혹했다. 미래학자들은 진즉 3F시대가 온다고 예견했다. ‘여성(Female)’ ‘감성(Feeling)’ ‘상상력(Fiction)’이다. 으뜸은 ‘여성’이다. 사탄은 알았다. 아담보다는 하와가 타깃이었다.
성경을 다시 들여다보라. 금단의 열매는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했다. 미각을 자극하고 시각으로 유혹했다. 이어 ‘절대로’ ‘슬기롭게’라는 탐스러운 언어로 청각을 건드린다. 거기다 ‘날이 저물고 바람이 서늘할 때’의 촉각도 함께한다. 오감 마케팅의 원조다.
3040세대는 체험이 특징이다. 오렌지족(族)이란 별칭을 가진 세대다. 오렌지 껍질을 보고 오렌지 맛을 안다고? 단연코 ‘NO’다. 껍질을 벗겨낸다. 오렌지 향과 함께 과즙이 목젖을 타고 흐른다. 탐스럽다. 자연과 생명의 신비에 눈뜨게 된다. 이 작은 행위에도 정확하게 오감이 작동한다. 반 고흐의 샛노란 치유의 색(시각)이 있다. 오렌지의 깊은 향(후각), 시면서 달콤한 과즙의 맛(미각), 껍질을 벗겨낼 때의 감촉(촉각), 과일을 먹으며 나누는 담소(청각)가 있다.
오감 마케팅은 구약의 족장 야곱이 아버지 이삭이 베풀 축복을 가로챌(?) 때도 그대로 등장한다. “이삭이 늙어서, 눈이 어두워 잘 볼 수 없게(시각) 된 어느 날”, “얘야, 내가 너를 좀 만져 볼 수(촉각) 있게”, “목소리는 야곱의 목소리(청각)인데”, “그것을 먹고서(미각)”, “야곱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서(후각).”(창 27:1~29)
교회는 3040세대를 유혹하는 데 실패했다. 유혹? 맞다. 선생은 학생을, 생산자는 소비자를, 정치인은 유권자를 유혹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당연히 목회자는 교인(구도자)들을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떨까. 의도했든 않았든 정확하게 오감 마케팅 전략을 갖고 있다.
산사(山寺)에 들어서 보라. 자연 풍광이 시선을 끈다. 녹색의 싱그러움이 있다. 사찰 초입엔 시냇물이 흐른다. 다리가 놓여 있다. 속세의 때를 씻고 들어서란다. 사원 건축의 기본이 되는 가람배치를 따른 것이다. 풍경소리와 범종, 목탁소리… 소리 공양이다. 생수와 함께 발우공양(鉢盂供養)이 있다. 차와 풀의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발끝에 닿는 흙과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시름을 달랜다. 오감의 유혹이다. 가톨릭도 마찬가지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미사향, 그레고리안 찬트, 로사리움 묵주, 성찬이 그렇다.
이번에는 어린 왕자가 교회를 찾는다. 지하에서 풍겨 올라온 김치 냄새와 화장실 지린내가 코를 찌른다. 벽에는 시선을 끄는 작품 한 점 없다. 예배당에 들어선다. 찬양팀의 성가 연습, 전자악기와 드럼 소리가 귀청을 찢는다. 고요는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변변한 휴게실도 없다. 어린 왕자는 또 한 번 고개를 흔든다.
어린 왕자가 정작 부러워했던 것은 절의 화장실이었다. 가장 천대받고 외면당하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 부르다니. 3040세대들이 찬탄하는 포인트다. 오죽하면 시인까지 나서 절을 찾으라고 권할까.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정호승, ‘선암사’)
최근 불교는 ‘나는 솔로’ 방송 프로그램을 차용한 ‘나는 절로’로 선남선녀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장미꽃 같은 3040세대, 교회의 정원을 가득 채울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이번에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답해준다. “너의 장미꽃이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생텍쥐페리 in 코리아’는 필자의 패러디다.
하이패밀리 대표
동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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