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금요예배 나온 하메네이 “이스라엘 더 공격할 수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4일 대중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에 20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3일, 지난달 27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암살 직후 몸을 숨긴지 일주일 만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내 석유 시설 등 보복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자 직접 “재보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란 관영 TV 방송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수도 테헤란의 한 모스크에서 열린 금요 대예배에 나와 “이란군이 지난 1일 미사일 공격을 빛나게 수행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상) 완전히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공격이 국제법, 국내법 및 이슬람 신앙에 기반을 두었다면서다.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에 대한 정당한 자위권을 발동한 것이란 얘기다.
이란이 생각하는 적대행위는 지난 7월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폭사, 지난달 27일 하스랄라의 사망 등이다. 이란은 이를 두고 즉각 보복을 천명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이란이 수십 년간 지원하며 키워 온 반(反)이스라엘 동맹 ‘저항의 축’의 핵심 조직이다.
하메네이는 또 “이스라엘에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을 공격하면 재보복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전이 한창인 레바논을 이날 예고없이 방문해 “(이스라엘이 보복할 경우)우리는 비례적이고 정교하게 계산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하며 재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3일 밤 최고위급 안보 회의를 열어 이란에 대한 보복 방법 및 시기에 대해 논의했다. 공격 목표로는 이란의 주요 석유 생산 시설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이스라엘과 보복 공격을 논의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타격 가능성을 묻는 말에 “논의 중(We’re discussing that)”이라고 말했다.
4일 하메네이는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의 대예배와 숨진 나스랄라의 추도식을 직접 집전했다. 나스랄라의 암살 이후 공개 행보를 삼간 지 일주일 만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알리 하메네이는 나스랄라가 암살당한 뒤 이란 내 안가에 머물고 있으면서 주변에 ‘더 이상 누구도 믿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가 공개 행보에 나선 건 그만큼 내부 결속에 나서야 할 정도로 현재 정세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하메네이가 금요 대예배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라며 “그는 비상 상황에만 금요 대예배에 나선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월 하메네이는 8년만에 금요 대예배를 집전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공격에 암살당한 뒤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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