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거장 미겔 고메스 “현실과 환상의 결합에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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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미덕은 일상을 담을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 환상 중 한 가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영화를 통해 그 둘을 결합하고 싶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그랜드 투어'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연출한 미겔 고메스 감독이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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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전작들을 상영하게 돼 영광”
“영화의 미덕은 일상을 담을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 환상 중 한 가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영화를 통해 그 둘을 결합하고 싶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그랜드 투어’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연출한 미겔 고메스 감독이 이같이 말했다.
포르투갈의 거장으로 불리는 고메스 감독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그랜드 투어’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다. 이번 영화제에선 그의 장편 전작들을 소개하고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조명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랜드 투어’는 1917년 약혼녀 몰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도망친 영국인 공무원 에드워드의 여정을 그렸다. 흑백 화면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미얀마, 싱가포르, 태국, 일본 등을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그린다. 영화에는 수확, 종교 축제, 오토바이 행렬 등 현대 아시아의 모습을 담은 아카이브 이미지와 상상의 이미지가 혼재돼 있다. 영화의 제목은 20세기 초에 유행한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 또는 일본에서 끝나는 아시아 여행에서 따왔다.
고메스 감독은 “주인공이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내용을 담은 서머셋 모옴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를 통해 현실에서 가상 세계로 이동하는 인공적인 연속성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면서 “영화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바보같은 영화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의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과 환상을 함께 다루는 것에 집착해왔고, 그런 특징이 내 영화에선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제작 과정이 험난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그는 “영화 촬영 여정은 미얀마에서 시작해서 중국에서 끝이 났다. 2020년 초 여행이 시작됐는데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참 심각한 때였다”며 “고베에서 배를 타고 상하이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진행하기 어려워져 리스본으로 돌아갔고, 금방 다시 촬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했다.
고메스 감독은 이번 영화제 참석차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호텔에서 해변을 내려다보니 리우데자네이루같은 느낌이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유럽에도 잘 알려져 있으며 많은 영화인들이 참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영화제가 어떤 곳이어야 한다는 지향점을 제시해주는 느낌이다. 이 곳에서 내 전작들을 상영한다는 게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부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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